여권이 이른바 ‘추미애 리스크’에 떨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차기 대선 출마에 여지를 남기면서 패배의 망령이 여권 전체를 휘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강대강으로 맞붙었던 추 전 장관은 여권 위기론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시상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 결과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 카드를 꺼냈다. 초선발 정풍 운동도 당 내부를 뒤흔들었다. 청와대는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며 국면전환 태세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차기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당청 쇄신책에 찬물을 끼얹는 부정적 효과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지난 3월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차기 대선 도전 여부와 관련해 “5선 정치를 하면서 우리나라 현대 정치에 있어서 굵직한 장면에 항상 역할을 하면서 있었다”며 “국민들께서 인정하고 부르시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추 전 장관이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 안팎에선 이른바 윤석열 대망론이 급부상하자, 추 전 장관이 ‘윤석열 잡는 추미애’ 콘셉트로 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점친다. 문제는 추 전 장관의 등판이 여당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느냐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추 전 장관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것(민주당 후보)이 가능하겠냐”라고 선을 그었다. 당 한 관계자도 “추 전 장관이 출마하는 것은 당청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라며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 내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재보선 패배 원인은 부동산 실정과 함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내로남불 프레임 중심엔 이른바 ‘조국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재보선 패배 직후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만이 살길이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며 “아직 많이 멀었다”고 꼬집었다. 김해영 전 의원은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더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초선 5인방(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은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됐다”고 말했다. 당 재선 의원 30여 명도 4월 1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약 3시간에 걸쳐 회의한 뒤 “반대 목소리를 차단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 결단은 포스트 재보선 정국에서 불어 닥칠 여권발 쇄신 폭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재보선 패배로 추 전 장관의 입지가 좁아진 만큼, ‘추미애 불출마’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추미애 리스크는 4월 재보선 과정에서도 당 내부의 뜨거운 감자였다. 여권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의를 표명한 추 전 장관은 이후 직간접 서울시장 출마 시그널을 당에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이낙연 체제 지도부조차 추 전 장관의 출마를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한 보좌관은 “추 전 장관이 다음 행보를 하려면, 당내 비호감도부터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