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일요신문 DB
#정몽구·정의선 부자 상장 지분 가치 10조 원 넘길 듯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약 100만 원선이다. 발행주식수(759만 5341주)를 감안하면 7조 6000억 원가량이다. 시장에서는 신주발행을 감안해 10조 원 가치는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에 올라설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지렛대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를 100만 원으로 추정했을 때 보유 지분가치는 정몽구 명예회장 3600억 원, 정의선 회장 8900억 원 수준이다. 정 명예회장이 가진 상장계열사 주식가치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을 합쳐 약 6조 원 이상이다.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도 현대차, 기아, 현대엔니어링,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을 포함해 약 4조 원을 훌쩍 넘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지배구조 개편은 1급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분할과 합병 지분 맞교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시도처럼 현대모비스 분할과 현대글로비스 합병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면 주주총회에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에서 SK중간지주회사를 분할하면서 향후 SK(주)와의 합병을 추후과제로 남겼다. SK(주)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과, SK중간지주 주주간 이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분할·합병을 다시 추진한다면 정몽구·정의선 부자와 일반 주주간 이해가 부딪힐 가능성부터 대비해야 한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간에 적정한 수준의 세금으로, 주주 반발을 피하는 동시에 순환출자를 벗어나야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2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구조 변경의 핵심은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확보하는 데에 있다. 양도세가 발생하는 주식 매매나 주총이 필요한 분할·합병을 피하려면 주식 맞교환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상장사인 삼성물산과 비상장사인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논란을 고려하면, 시장 가치가 분명한 상장사 간 맞교환이어야 잡음이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중요한 이유다.
#오너 일가와 기아 간 통 큰 맞교환(?)
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정몽구재단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조 4000억 원이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제철(7600억 원), 정의선 회장의 현대오토에버(1000억 원) 지분 등을 더하면 4조 5000억 원으로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과 엇비슷하다. 맞교환을 하면 정몽구·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24%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의 대주주인 일반 계열사로 바뀐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제철은 원래 기아가 대주주인 만큼 구조상 큰 변화는 없다. 지주사 체제가 아니어서 금융 계열사를 떼어 내야 할 의무도 없고, 정몽구·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는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6.33%는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적절한 때 정몽구·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7.45%를 현대모비스에 현물 출자하고, 대신 신주를 받으면 현대제철 지분 매각에도 두 부자는 30% 넘는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이재용과 다르다…세부담 감당 가능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는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지분을 물려 받을 때 필요한 약 3조 원가량의 세금이다. 정 회장은 예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이노션 지분을 팔아 약 8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정 회장이 이를 어떻게 운용했는지는 파악이 어렵지만, 크게 불렸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보트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BD)에 3000억 가까운 사재를 투자하기도 했다. 향후 BD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대박’이 날 수도 있다.
지배구조와 큰 영향 없는 정의선 회장 보유 기아 지분가치도 6000억 원에 달한다. 최소 3조 원의 세금 가운데 절반 정도는 현금으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인다. 국내 최대 재벌인 정주영 가문의 직계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금 등 주식 외 자산도 물려받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주식담보대출로 충당하고, 금융비용은 배당 등으로 감당하면 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