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이 입주해 있는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일요신문 DB
여성의 경영 참여가 드문 범 현대가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증권 등을 경영했지만, 남편인 정몽헌 회장 별세 이후다. 결국 현대그룹 후계자는 정주영 가문이다. 정명이 씨가 금융부문을 물려받게 되면 남편인 정태영 부회장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후계자가 된다. 정 부회장은 종로학원 후계자였지만, 보유지분을 매각한 후 현대차그룹 금융부문에만 매진한 지 오래다.
정태영 부회장이 통합 대표를 맡던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등 현대차그룹 금융 3사는 최근 추가로 각자 대표이사를 한 사람씩 선임했다. 물론 정태영 부회장은 계속 대표이사로 3사 모두를 총괄한다.
금융 3사는 정태영 부회장이 2003년부터 경영을 이끌어 왔다.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출신이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올 초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출신 황유노 사장이 사임한 직후 이번 각자 대표 선임이 이뤄졌다. 모두 외부 출신인데,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자 가운데 극히 드문 사례다.
현대카드 김덕환 대표는 JP모건체이스, GE머니, 삼성카드를 거쳐 2011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했다. 현대캐피탈 목진원 대표도 두산 파워시스템 CEO 출신으로 지난해에야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커머셜 이병휘 대표는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재직기간이 가장 길지만 역시 삼성카드 출신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2003년 이후 영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 3사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크다. 현대카드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24%의 지분을 가진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를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상용차 부문 할부금융을 전담하는 현대커머셜도 FI 지분이 25%나 된다. 두 기업의 상장을 전제로 현재 대주주인 현대차와 FI 간 약정이 체결돼 있다. 상장이 불발되면 미리 합의한 조건으로 현대차가 FI 지분을 매입한다는 계약이다. 특히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부회장 부부가 37.5%의 지분을 보유해 현대차와 함께 공동대주주다.
정의선 회장의 큰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직접 경영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남편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도 의료업으로 독립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룹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자 정의선 회장의 셋째 누나인 정윤이 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보유 지분은 많지 않다.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과는 이혼했다. 건강 악화로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금융 3사 지배구조에 대한 결정권은 정의선 회장에게 달렸다.
현대차그룹에서 금융 3사를 떼어내려면 대주주 일가 개인이 직접 지배하는 방법뿐이다. 핵심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금융부문 지분까지 직접 확보할 방법은 거의 없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지주체제를 택하지 않는다면 비금융회사의 금융회사 지배를 막는 금산분리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지주사를 택하면 금융 3사뿐 아니라 현대차증권의 지배구조도 바꿔야 한다.
게다가 자동차와 금융은 밀접하다. 앞으로는 자동차도 ‘소유’보다 ‘이용’으로 개념이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당장은 금융 3사의 급격한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의선 회장이 누나 부부에 경영을 맡기는 형태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 3사를 성장시킨 데에는 정태영 부회장의 공도 크지만, 현대차그룹이라는 막강한 배경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