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1일 바이두가 개발한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재계에선 로봇청소기를 만드는 시터우테크가 자동차를 제조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한 언론은 시터우테크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로봇청소기를 그동안 잘 만들었다. 이제 다른 데 손을 뻗칠 생각”이라면서 “(로봇청소기 제조 노하우가) 자동차를 제조하는 데 많은 장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 진출을 시인한 셈이다.
최대 검색엔진 포털 바이두는 1월 11일 스마트 오토데스크를 만들었다고 공개했다. 자동차 제조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 성격의 조직이다. 중국신문망 기자가 바이두 측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바이두는 정식으로 자동차를 만들기까지 불과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계산하고 있다. 바이두는 자동차 제조를 위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세웠고, 현재 차질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3월 3일엔 전자업체 샤오미가 자동차 제조를 한다고 발표했다. 샤오미는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 원)을 초기 비용으로 책정했고, 10년 동안 11조 2000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서비스 회사 텐센트가 상하이차와 손잡고 자동차를 만든다는 소문이 최근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양측이 이를 위해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이는 현판식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누리꾼들은 기상천외한 최첨단 스마트 자동차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판식 사진은 다른 분야의 계약식 때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판 우버’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유자동차 회사 디디추싱도 자동차 제조 소식이 들렸다. 사실 확인을 위해 회사 측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넷이즈도 자동차 관련 얘기가 돌았는데, 넷이즈 CEO 량쥔은 “당분간 차량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자업체 화웨이 역시 몇 년 전부터 자동차 부문 진출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화웨이 측은 부인했다. 그런데 최근 화웨이 후허우쿤 회장은 2020년 회계발표 보고회에서 “화웨이의 정체성은 스마트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다. 앞으로 차량 네트워크, 스마트 좌석, 스마트 파워 시스템 등 스마트 자동차의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진출 소문에 휩싸인 대부분의 업체들은 부인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누리꾼들은 이를 잘 믿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샤오미는 자동차 제조를 공식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샤오미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모두 가짜’라고 했었다. 소문을 반박하면 할수록 이런 소문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자동차연구원의 저우리쥔 수석연구원은 “인터넷 업체들이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드는 것은 무엇보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자동차 제조는 매우 유망한 산업”이라면서 “과학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모두 완성차 제조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차량 네트워크, 레이더 등 많은 분야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우리쥔 말처럼 과학기술 업체들은 이미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이른바 ‘BAT(중국 3대 기업을 일컫는 말,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자동차 네트워크 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금의 스마트 자동차는 스마트폰 사업이 터지기 직전의 현상과 비슷하다”면서 “앞으로는 이동하면서 근무하고, 스마트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거물들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려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도 “미래 자동차에 샤오미 스마트 생태계 제품을 모두 탑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어떤 자동차 기업이 다른 기업의 제품을 자기 차에 탑재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가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저우리쥔 수석연구원 역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도 자동차 제조업 진출의 한 요인”이라고 했다. 실제 바이두의 나스닥 주가는 2020년 12월 중순부터 2021년 2월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이 기간 바이두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동차 분야 사업 소식을 공개했다.
자동차 제조는 새롭게 진입하기가 그리 쉬운 분야는 아니다. 업계에서도 지금 뛰어든 회사들이 언제쯤 자동차를 양산할 수 있을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소한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핵심 관심사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샤오펑자동차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하며 편리하게 사용자를 목적지까지 운송할 수 있는가가 자율주행 기능의 핵심”이라면서 “과학기술 업체들의 자동차 진출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전통적인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두 관계자도 “우리 목표 중 하나는 자율주행 기술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비용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디디추싱 CEO 청웨이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공유자동차를 100만 대 이상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웨이는 “2030년에는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저우리쥔 연구원은 “자동차 문제가 아닌 도로환경의 문제로 무인 자율주행은 실현되기 힘들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