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계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이런 형태의 서울형 거리두기가 미리 시행됐다면 불법 영업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만 놓고 볼 때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으로 유흥업소가 영업을 중단했고 2월 15일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밤 10시까지로 제한됐다. 그리고 4월 12일부터 다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다음은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의 말이다.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은 밤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하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형 거리두기’ 제안을 두고 유흥업계에서 격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룸살롱은 밀집된 공간이고 접촉도가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래서 업소들도 철저히 방역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한 만큼 집합금지 명령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되면 확실한 영업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유흥업소는 저녁 7~8시쯤 영업을 시작하니 자정이나 새벽 2시 정도까지는 영업을 허용해 달라는 거다. 일괄적인 밤 10시 영업 제한은 유흥업소에게는 아예 영업을 하지 말란 소리다. 그러니 10시 이후 몰래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분위기는 집합금지 기간에도 그냥 불법 영업을 하겠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유흥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획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법 영업을 양산하는 동시에 확진자까지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주고 가게마다 손님들의 밀집도를 떨어트리도록 유도하는 게 방역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예를 들어 룸마다 손님을 2명만 받아 접대여성까지 4명으로 5인 이하를 유지하도록 하고 가게 전체 룸의 절반만 손님을 받게 하는 등의 조치다. 서울 강북의 도심권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당장 돈을 벌어야 해 가게를 열지만 우리도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두렵고 행여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와 그 소문이 나면 그 가게는 바로 망한다. 정부나 시에서 각 업종의 상황을 감안해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면 현장에서 더 열심히 지침을 따르고 방역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요즘 단속된 업소들을 보면 가게 한 군데에서 100여 명씩 적발된다. 밤 10시 넘어서도 영업을 하던 몇몇 불법 업소에 손님이 몰려 밀집도가 늘어난 것이다. 불법 업소 한 곳이 100명을 받는 현재 상황보다는 합법적인 업소 5곳이 20명씩 손님을 받는 게 더 안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밤 9시, 10시로 모든 업종의 영업시간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그동안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가장 흔히 나온 얘기가 ‘코로나가 밤 10시 이후에만 움직이는 야행성이냐?’ 등이었다. 일괄적인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10시 이전에는 밀집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 시장의 ‘서울형 거리두기’의 핵심은 업종에 따라 영업제한 시간을 달리 하자는 것이다. 영업 개시 시간과 제한 시간에 탄력을 둬 일찍 문을 여는 가게는 일찍 닫고, 늦게 여는 가게는 늦게 닫는 방식이다.
오세훈 시장의 자가검사키트 제안에 대해 유흥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물론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4차 대유행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서울형 거리두기가 우려스러운 것은 유흥업계 종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강남의 유흥업계 관계자는 “다시 확진자가 줄어 안정적인 상황이 돼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되면 그땐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야 기다릴 수 있다”면서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돼도 다시 10시까지만 영업하면 그건 희망이 아니다. 적발돼도 어쩔 수 없으니 불법 영업을 하는 가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또 다른 제안인 자가검사키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자가검사키트의 문제점으로 낮은 정확성이 지적되고 있는데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이보다 현실성에 물음표를 띄웠다. 유흥업소에 온 손님이 코 속에 면봉을 넣고 검사를 받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빨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10~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한창 흥이 오를 무렵 직원이 룸에 들어가 “아무개 님, 음성이십니다”라고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그런데, 양성이 나오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마담은 “요즘은 어딜 가나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작성하는데 가장 먼저 도입된 곳이 유흥업소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손님에게 QR코드를 요구하는 유흥업소는 거의 없다”라며 “자가검사키트가 들어와도 그때처럼 하는 척만 할 뿐 대부분 손님에게 그걸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