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예지가 김정현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자 서예지 측은 이를 “타인과의 스킨십에 대한 연인 간의 질투 섞인 대화들”이라고 일축했다.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틸컷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해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본인의 자유 의지 없이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한 배우가 어떠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 연기와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굳이 해석하자면 그런 문자를 보내는 등의 흔한 애정 싸움은 있었지만 2018년 MBC ‘시간’을 촬영할 당시 김정현의 태도가 서예지의 조종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말 배우 커플들 사이에서 이런 애정 싸움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일까. 연예관계자들은 종종 그런 기이한 풍경을 목격하곤 한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지만 영화계에서 종종 회자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1990년대 당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남자 배우가 여배우와 비밀 열애 중이었다. 그런데 상대 배역과 키스신이 예정돼 있는 게 여간 불편했다. 연인과 상대 여배우가 절친한 관계였던 터라 괜한 키스신으로 관계가 어색해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연인인 여배우도 이런 상황을 불편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감독은 하늘이요, 아무리 스타일지라도 배우는 배우였다. 그럼에도 남자 배우가 어렵게 키스신을 빼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자 감독은 대로했다. 결국 대본 수정이 이뤄져 키스신이 빠졌다. 대신 예정에 없던 베드신으로 대체됐다. 노출이 가미된 베드신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키스신보다는 훨씬 수위 높은 장면을 찍어야만 했다. 영화인들은 “1990년대 시절에는 김정현이 드라마 ‘시간’ 촬영 당시 보인 행동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불편하다 할지라도 결혼식 장면을 찍는데 팔짱은커녕 손도 잡지 않는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2000년대 중반에도 배우 커플 사이 애정 싸움으로 분류할 만한 일이 있었다. 당시 톱스타 A와 B는 열애 중이었다. 그런데 A는 B가 상대 배우와 애정신을 찍는 것까지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프로였다. 문제는 실제로 B가 상대 남자 배우와 바람이 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였다. 이를 위해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B의 일까지 맡도록 했다. 당시 배우 커플들 사이에서는 스타일리스트 한 명에게 두 배우의 일을 동시에 맡겨 사랑의 메신저로 활용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연인인 남자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의상을 입도록 스타일리스트에게 조언하는 여배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A는 그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겼다. 촬영이 끝난 뒤 B가 상대 남자 배우와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최소화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특히 지방 촬영이 있으면 숙소까지 지켜야 했다. 그럼에도 결국 B는 그 작품을 함께하던 상대 남자배우와 사랑에 빠졌고 프로젝트에 실패한 스타일리스트는 그런 비보를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그렇게 A와 B는 결국 결별했다.
MBC 드라마 ‘시간’ 속 결혼식 장면. 팔짱은커녕 손도 잡지 않고 행진하는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MBC ‘시간’ 스킬컷
이처럼 배우 커플 사이에서 애정 싸움은 흔히 일어난다. 이니셜로 소개한 일화들처럼 스토리가 형성될 만큼은 아니지만 키스신이나 베드신, 스킨십 등을 질투해서 벌어지는 다툼은 흔하다. 그렇지만 프로의식을 갖춘 배우들인 터라 진심어린 질투라기보다는 연인들 사이의 흔한 투닥거림이다. 서예지 측도 당시의 문자에 대해 이런 흔한 투닥거림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그럼에도 대중의 시선에 의혹이 지속되는 까닭은 당시 김정현의 모습이 너무나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정현은 자필 사과문을 통해 “당시의 제 모습은 저조차도 용납할 수 없고 다시 되돌리고 싶을 만큼 후회스럽다”며 “이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서현 배우님을 비롯해 당시 함께 고생하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왜 그랬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서예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적어도 서예지와 김정현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과 의혹은 그리 흔하지도, 평범해 보이지도 않는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