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발표 후 관련 부서 직원 전환 배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사진=박은숙 기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종료
LG전자는 지난 4월 5일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 사업본부 소속 직원은 3449명이다. 적지 않은 인원인 만큼 직원 재배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최근 MC 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 부서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측은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및 LG그룹 계열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C 사업본부 직원들의 절반 이상은 연구개발(R&D) 관련 인력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핵심 모바일 기술의 R&D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가전제품이나 로봇 등에 필수적인 역량이기 때문이다.
비개발 인력들은 LG CNS,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IT 계열사로 배치될 전망이다. 일부 계열사들은 MC 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설명회까지 진행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LG전자 내 다른 부서의 수요와 타 계열사의 수요를 취합해 직원들을 매칭하는 작업을 이제 시작했다”며 “올해 상반기 내 인력 재배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가입한 LG베스트샵 직원들
이런 가운데 LG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인 LG베스트샵 내부에서는 고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도 사측이 저성과자에게 퇴직을 종용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LG베스트샵 직원들은 노조를 설립한 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재 약 4500명의 LG베스트샵 직원 중 500명가량이 노조에 참여했다.
LG전자는 2002년 전자제품 도·소매 업체 하이프라자를 인수한 후 브랜드명을 LG베스트샵으로 변경했다. 현재 LG베스트샵에서는 스마트폰 등 LG전자의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과거 LG베스트샵은 상당수의 직원을 파견업체로부터 수급 받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직접고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베스트샵은 전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문 판매점이나 온라인 매장이 강세를 보여 LG베스트샵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LG베스트샵 매장에 스마트폰 제품 상담과 판매를 담당하는 ‘모바일 매니저’라는 직급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의 부서 이동 문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예전에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 장거리로 인사이동을 시키는 등 여러 방법으로 퇴직을 유도한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인력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사측에 고용 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인 LG베스트샵 내부에서는 고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10월 출시된 LG전자의 WING(윙). 사진=LG전자 제공
#해외 직원들도 고용 불안…브라질에서는 파업
해외에서도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중국 칭다오, 베트남 하이퐁, 브라질 타우바테 등 해외 공장에서 제조된다. LG전자는 하이퐁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 현지 언론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리뷰’는 지난 12일 “LG전자는 1000억 원가량에 하이퐁 공장을 인수할 곳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칭다오 공장과 타우바테 공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우바테 공장 직원들은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LG전자는 현지 직원들에게 근무 경력에 따라 8000헤알(약 160만 원)에서 3만 5800헤알(약 700만 원)을 위로금으로 제시했지만 직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클라우디오 바티스타 브라질 금속연맹 위원장은 “LG전자는 일방적인 결정으로 타우바테 공장의 중단을 결정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우바테 공장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노트북과 모니터 등 다른 제품의 생산도 중단됐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타우바테 공장을 운영하는 브라질 법인의 2020년 매출은 1조 9257억 원이다. 브라질 법인은 중남미 지역 유통망의 핵심 거점이기에 사태가 장기화되면 LG전자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현지 직원들을 모니터 등 다른 제품 생산 라인에 배치하고, 스마트폰 담당 일부 LG베스트샵 직원들은 다른 가전제품을 영업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인력이 과다하게 배치돼 결국에는 희망퇴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꼼꼼하게 진행해야 하는 작업으로 향후 어떻게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LG전자 브라질 타우바테 공장에서 휴대폰 사업 종료를 앞두고 회사와 직원 간 보상에 대한 의견차가 있는 상황이며,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