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7구역 재개발 조합이 갈등에 휩싸였다. 주안역 센트레빌 투시도. 사진=동부건설 제공
비대위는 특히 갑작스런 분담금 외에도 조합장의 독선적인 면을 지적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조합장이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해 사업비가 천문학적으로 커진 데다 적자 상황에서 조합장 월급을 올렸다’며 조합장을 비판하고 있다. 주안7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구의회 김재동 부의장이다. 현직 구의회 부의장이 조합장을 겸임하고 있다.
조합원인 A 씨는 최근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됐다. 조합 측이 입주를 몇 달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발 사업비 약 370억 원이 적자라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에게 가구당 최소 2000만 원부터 1억 원이 넘는 금액까지 추가 분담금을 청구했다. 더 큰 문제는 조합이 조합원에게 분담금 내역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 씨는 “분담금 폭탄을 맞은 뒤 추가 분담금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알 수 없어 조합에 문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김재동 부의장은 “분담금이 커진 건 사업기간이 늘어난 데다 중간에 추가 정산된 금액 때문이다. 해당 내용은 조합원들에게 다 설명했고 이미 해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대위 측은 “정식으로 분담금이 왜 늘어났는지 해명하는 자리도 없었으며 조합장과 면담 시에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으니 당연히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비대위 측은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조합 측에 조합원 명부를 요청했다. 조합원 명부 요청에 조합 측은 “조합원 명부는 줄 수 있지만 연락처 등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면서 “정식으로 다시 요청하면 그때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현재 조합은 비대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대위원장 등 제대로 갖춰진 조직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비대위 측은 “현재 약 320명 조합원이 모여 비대위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호사 자문 결과 이는 비대위 활동이란 답변을 받았다. 비대위원장은 단체채팅방 방장이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측은 “조합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연락을 위해 조합원 명부의 열람 및 복사를 요청한 조합원 요구를 조합이 개인정보 및 사생활의 침해 등의 이유로 거부한 사건을 두고 지난 2월 10일 대법원은 이를 복사의 대상이라 판결한 바 있다. 조합 측이 정보를 주지 않는 이유는 조합원들끼리 뭉쳐 조합 측 의견을 비토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조합장인 김재동 부의장의 실언이 나오기도 했다. 조합원이 직접 김 부의장을 찾아가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그게 법이다”라고 하자 김 부의장이 “대한민국에 법을 다 지키고 살아야 돼요? 당신은 법 다 지키며 사냐?”고 말하면서다. 주민의 대표이자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지방의원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부의장은 “찾아와서 하도 괴롭혀 홧김에 나온 말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비대위 측은 김 부의장과 직원들의 임금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수천만 원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조합장 월급은 2017년 300만 원에서 2019년 450만 원으로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사무장 및 직원들 월급도 20% 이상 올라 400%로 고정된 상여금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안 7구역 재개발 조합 문제는 20일 총회에서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동부건설 제공
김 부의장은 비대위 측의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토사구팽’이라고 했다. 김 부의장은 “주안 7구역은 재개발 성사가 어려운 지역이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게 대단한 거다. 지금까지 부려먹을 대로 부려먹다가 성사가 되니까 이제 비난이 쏟아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의장은 “몇 천만 원 분담금을 내야 하지만 분담금 규모가 너무 과장돼 있다. 더군다나 조합원들은 그 몇 배의 시세차익을 대부분 누렸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7000만 원 이상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규모가 최소 수십 세대다. 약 1000세대가 2000만 원 이상씩 추가로 내야 한다. 갑자기 수천만 원을 구하는 일은 서민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또한 인근 아파트 단지 재건축 조합장들 월급은 대부분 200만 원대로 김 부의장 월급은 이보다 훨씬 높다. 김 부의장 월급은 강남 재건축 조합장 급”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회계 부정도 지적하고 있다. 다만 김 부의장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펄쩍 뛰었다. 김 부의장은 “회계 사항은 모두 검증을 받으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입출금 내역이 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비대위 측은 “입출금이 맞지 않는 부분을 엑셀 파일로 작성했다.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모든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데 정보공개 요청에도 제공을 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5년 동안 총회를 10여 회 진행하면서 의결 받은 사안”이라며 “재건축은 총회를 거치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대결은 오는 4월 20일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에서 어느 정도 결판 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 조합장 측 의견이 승인되거나 비대위 측 의견에 따라 부결이 나올 수 있다. 현재 비대위 측은 “조합원 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이번 총회의 부당함을 설명할 수 없어 쉽지 않다”면서도 “일단 우리 설명을 들으면 부결표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 부의장은 “결과가 좋게 나오리라 예상한다”고 대답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구 내 주택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는 현직 지방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대위 측도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김 부의장은 “다른 지방의원들은 구의원을 하다가 재개발 조합장을 맡은 경우고 나는 재개발 조합장 역할을 잘하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뽑아준 것이다. 경우가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방의원의 조합장 겸직 금지는 2022년부터 시행된다. 2020년 연말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따라 조합 단체에 지방의원이 겸직할 경우 조합장 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은 겸직 신고 내용이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