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현의 2018년 MBC 드라마 ‘시간’ 하차 사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목된 서예지. 이후에도 학폭, 학력위조, 스태프 갑질 등 다양한 논란과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최준필 기자
김정현을 조종해 드라마 ‘시간’ 중도 하차 사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목된 서예지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4월 13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서예지와 김정현의 대화는) 업계에서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이라며 “하지만 모든 배우들은 연긴 간의 애정 다툼과는 별개로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김정현도 필시 다른 개인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간’ 사태가 온전히 김정현의 탓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공개된 서예지와 김정현 사이에 오간 메시지 내용까지는 부정하지 못했다. 서예지가 김정현에게 스킨십을 하지 않을 것을 지시하고 상대가 여성이라면 배우든 스태프든 인사조차 하지 않을 것, 현장을 촬영해서 자신에게 보낼 것 등을 요구한 것 자체는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만약 김정현이 실제로 서예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서예지는 ‘지시 이행 사항’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해 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서예지 역시 ‘시간’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김정현에게 돌린 뒤 자취를 감춰 버린 서예지에게 다시 한 번 비난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묻혀있던 학폭‧학력 위조 수면 위로
게다가 2014년부터 묻혀있던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불거진 서예지의 학폭 의혹 폭로자는 “서예지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어마어마하게 유명했다. 같이 데리고 다니는 애들이 맘에 안 들면 진심으로 때리고 전부 본인 물건인 것처럼 대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학폭 폭로가 구체적으로 터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피해자)는 30대고 애기 엄마들이 많다. 애기 엄마들이라 쉽게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예지는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콤플루텐세대학교에 입학했다고 밝혔으나 입학 통지서 등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진=CJ ENM 제공
학력 위조 논란이 불거지자 골드메달리스트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 합격 통지를 받아 입학을 준비한 사실이 있으나 그 이후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서예지의 말이 바뀐 이유는 “데뷔 초 서예지가 스페인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닐 것으로 생각했고, 이에 당시 소속사에서 ‘그럼 재학하는 것으로 하자’고 해 그 말에 따르게 된 것”이라고 추가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논란이 콤플루텐세대학으로부터 실제 합격 통지를 받았는지 여부로 확산됐다. 이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 가운데 하나로 스페인 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이다. 입학시험 과목으로 스페인 역사, 스페인 문학 등이 필수로 포함되며 당연히 평균 수준 이상의 스페인어 실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 서예지가 그 정도의 스페인어 실력을 갖췄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입학 통지서 등의 증거자료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학력 위조’의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개돼지 취급했다” 갑질까지
김정현과 서예지가 나눈 조종과 복종의 대화에서 유독 서예지가 스태프들을 하대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서예지와 함께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서예지의 ‘갑질’을 폭로하고 나서며 그의 태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네이트판과 네이버 지식인의 폭로자들은 모두 “일하면서 욕은 기본이고 차에서 항상 흡연을 하고 담배 심부름까지 시켰다” “스태프들은 하녀 취급은 물론 사람 취급은 당연히 안 했고 개돼지마냥 개무시했다” “현장 스태프들이 저희를 안쓰럽다고 불쌍하다고 할 정도였다” 등의 폭로를 이어갔다.
물론 앞서 레드벨벳의 아이린 갑질 사건이 그랬듯 서예지를 옹호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메이크업 실장 또는 서예지의 현 소속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서예지 갑질 폭로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 반박하거나 새로운 옹호글을 작성해 “서예지는 우리에게 잘 해줬다”며 소속사를 대신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대화 내용 속 스태프를 향한 서예지의 시선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옹호와 해명은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김정현과의 문자 메시지 속 스태프 하대에 이어 그와 함께 일했었다고 주장한 네티즌들이 ‘갑질’ 폭로를 이어나갔다. 사진=네이트판 캡처
각종 논란과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며 서예지는 일주일여 만에 ‘라이징 스타’에서 논란의 아이콘이 됐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CF 모델 섭외와 대작 드라마 캐스팅까지 이어졌지만 양측 업계 모두 ‘손절’에 나섰다.
여성 건강 보조제 브랜드 뉴오리진의 제품 ‘이너플로라’, 마스크 브랜드 아에르,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의 광고에서 서예지가 사라지면서 수억 원대의 위약금 지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 OCN 드라마 ‘아일랜드’에서도 하차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과 의혹이 넘쳐나는 연예계에서 유독 서예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중들이 더욱 분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방송가 관계자는 “조종설도 기가 막히지만 대중들이 가장 싫어하는 학폭과 갑질 논란이 동시에 터진 드문 배우”라며 “사실 연예계라는 게 스태프들에게 안 좋게 굴어도 대중적인 인기가 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모실 수밖에 없는데, 대중들조차 고개를 돌린다면 굳이 업계에서도 그들을 방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