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1년이 넘도록 중단됐던 홈쇼핑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서서히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사진=참좋은여행 홈쇼핑 방송 캡처
#참좋은여행 해외 패키지로 홈쇼핑 포문
코로나19 이후 패키지 해외여행으로는 처음 홈쇼핑 판매의 포문을 연 참좋은여행의 판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3월 21일 일요일 저녁 6시 35분부터 롯데홈쇼핑에서 진행된 해외패키지 상품 판매는 55분 동안 1만 5000콜을 받으며 업계에 희망을 띄웠다. 관계자에 따르면 “들어온 콜 수만 1만 5000콜이고 동행자까지 합하면 약 4만 명의 예약을 받은 셈”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전과 다른 점은 예약을 할 때 고객이 상품가를 미리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히 언제 해외여행이 재개될지 모르는 시점에서 받는 예약이니만큼 여행객은 정확한 여행 시기나 가능 국가를 알 수 없고 여행사도 정확한 경비를 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참좋은여행의 홈쇼핑 예약에서도 예약금 1만 원만 받았다.
참좋은여행은 오는 7월부터 출발일을 고를 수 있게 했지만 막상 7월에 어느 국가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이 현격히 완화되지 않는다면 14일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미리 예약을 받아놓은 참좋은여행의 상품 출발 여부도 양국 모두 자가격리가 해제되고 우리 정부의 여행자제 권고가 해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그래서 고객은 아직 특정 국가를 선택하지 못하는데 대신 전 세계 400여 개 패키지 상품 어느 것이나 선택할 수 있는 예약이다.
여행사 입장에선 잠재적 해외여행 고객을 선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각국의 방역전선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여행을 꿈꾸는 고객을 미리 잡아둘 수 있다. 참좋은여행의 최근 캐치프레이즈인 ‘희망을 예약하세요’라는 문구가 보여주듯 고객은 예약금 1만 원으로 여행의 가능성을 사고 여행사는 고객을 선점하는 것이다. 참좋은여행이 홈쇼핑 방송에서 예약금 1만 원과 함께 내건 면세점 할인권과 달러북, 여행자보험 등도 고객에게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를 자극해 콜 수를 높였다.
#홈쇼핑으로 선모객 후 자금 융통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여행사들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한 번에 대단위 선모객을 하면서 홈쇼핑 방송을 자금 융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동남아 50만 원가 상품에 1000콜만 받아도 금방 5억 원을 확보할 수 있고 1만 콜을 받는다면 50억 원이라는 거액도 마련이 가능하다. 유럽 200만 원가 상품이라면 그 4배다. 홈쇼핑 방송을 통해 한 번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여행상품은 제조상품과 달리 상품을 바로 고객에게 보내줄 필요가 없어 여행사는 목돈의 자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고객의 여행경비를 미리 받아놓지만 막상 경비가 쓰여지는 시점은 분산되는 것이다.
1월 22일 코로나19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홈쇼핑을 통해 해외 호텔 단품을 방송했던 인터파크투어의 판매 결과도 좋았다. 롯데홈쇼핑에서 ‘베트남 다낭&푸꾸옥 노보텔 3박’ 상품을 판매했는데 홈쇼핑 방송 70분간 5000객실이 판매되면서 매출액은 14억 원을 넘었다.
지난 1월 22일 코로나19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홈쇼핑을 통해 해외 호텔 단품을 판매했던 인터파크투어의 매출액은 70분간 14억 원을 넘겼다. 사진=인터파크투어 홈쇼핑 방송 캡처
인터파크투어는 호텔 사용 기한을 자가격리 해제 후 1년으로 정하고 레이트 체크아웃과 룸 업그레이드, 국내호텔로 변경가능, 방송 후 한 달 내 100% 환불가능 등의 다양한 추가 혜택을 주면서 예약금만이 아닌 30여 만 원의 상품가 전액을 다 받았다. 이후 인터파크투어는 보라카이 및 보홀 리조트 숙박 상품 방송으로 다시 14억 원, 베트남 빈펄 리조트 숙박 상품으로 1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여행희망’을 넘은 실제 여행 수요 회복을 노리는 액션이다. 현재의 해외여행 수요를 잡을 수는 없지만 미래의 수요를 확실히 선점하는 것이다. 고객의 여행 욕구를 직접적 매출로 연결한 사례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당장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고객들도 물론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여행 가능한 날짜를 지정하기보다는 미리 예약을 잡아두는 의미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는 베트남과 필리핀 호텔 판매에 이어 마리아나 호텔 숙박 상품도 홈쇼핑 판매를 준비 중이다.
방송 중 쇼 호스트 역시 국민감정을 거스르지 않기 위한 멘트를 지속적으로 넣는다. 방송 내내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 아니다. 해외여행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상승할 때를 대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미리 준비하라는 것”임을 강조한다. 확진자가 아직 상당수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의 해외여행 상품 방송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슬쩍 피해가는 것이다.
#마케팅 효과 톡톡, “방송광고라고 쳐”
참좋은여행의 경우는 예약금을 1만 원만 받았기 때문에 자금 마련을 위한 액션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참좋은여행은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등의 여행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코로나19 이후 1년 가까이 광고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들의 기억에서 자칫 잊힐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1시간여의 홈쇼핑 방송은 모객도 하면서 짧은 TV광고나 라디오 광고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고객을 선점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1년여 동안 홈쇼핑 여행방송이 전무했던 탓에 홈쇼핑의 여행방송에 대한 주목도도 전보다 높아져 마케팅 효과도 톡톡하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주말 저녁이면 홈쇼핑에 해외여행 상품 방송이 난무해 고객들이 여행방송에 대한 피로감까지 느낄 정도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이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해외여행 상품방송에 남다른 주목도를 보인다는 것. 홈쇼핑 방송을 마케팅으로 간주한다면 홈쇼핑 방송비도 광고비로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참좋은여행의 경우는 예약금을 1만 원만 받았기 때문에 자금마련을 위한 액션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사진=참좋은여행 제공
하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홈쇼핑 방송비는 규모가 크지 않은 여행업계에선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기존에도 홈쇼핑은 대량판매는 가능하지만 마진이 크지 않아 필요악으로 여겨졌던 만큼 수익성과 지속성 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방송료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감수할 정도로 홈쇼핑에서는 단시간에 대단위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며 홈쇼핑 선호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의 홈쇼핑 여행상품이 박리다매의 형태인데 이런 상품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방역으로 인해 단체여행의 규모가 축소되고 항공좌석의 거리두기와 호텔 방역지침 준수를 위한 시설 제한 등이 생긴다면 해외여행경비가 전체적으로 전보다 비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홈쇼핑의 박리다매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홈쇼핑 방송을 준비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홈쇼핑 상품이라고 꼭 저렴한 상품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절한 상품으로 적응해 나가면 된다. 홈쇼핑은 확실히 주목도가 있고 모객에 힘이 있다”며 “게다가 경쟁 여행사가 홈쇼핑을 진행할 때 손 놓고 있으면 다수의 고객을 한꺼번에 빼앗기는 꼴이 된다. 당장 수천만 원의 방송비가 들어도 방송이 끝나면 수억 원의 자금이 생기기 때문에 여행사 입장에선 선모객과 자금 여력을 위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의 관계자에 따르면 “홈쇼핑 판매를 하게 되면 항공사에서 받아오는 항공료도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상품 구성비용에 있어서도 효율적”이다. 항공사에서 인기 없는 날짜나 비수기의 저렴한 좌석을 여행사에 블록으로 싸게 넘기면 여행사는 이를 패키지상품에 묶어 대량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에도 몇몇 여행사들이 홈쇼핑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교원그룹이 인수한 KRT도 4월 16일 홈앤쇼핑에서 일명 ‘찜 항공권’을 판매한다. 양국 간 자가격리 해제 후 1년 동안 원하는 날짜에 사용 가능한 조건이다. 이를 위해 교원 KRT는 약 110억 원 규모의 티웨이항공 좌석을 확보한 상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