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여론조사마다 수치에 차이를 보인다. 둘 간의 격차 폭도 다르다. 윤석열 전 총장이 1위로 나오는 조사가 있고, 이재명 지사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조사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여론조사 수치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 전문업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최준필·박은숙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독주했고, 이재명 지사는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170여 석의 의석수를 보유한 여당 수장임에도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서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어 2021년 신년 인터뷰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지지층의 역풍을 맞으며 지지율이 급감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민생 의제를 제시하며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 올해 초 이낙연 전 대표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라섰다. 이후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 위기를 겪었지만,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큰 변동 없이 21~26% 사이에 형성됐다.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21.4% 지지율을 보였다.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25.7%, 3월 30~31일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는 22.2% 등의 수치를 보였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4월 9~10일 조사), 리얼미터(4월 10~11일 조사), 한길리서치(4월 10일~12일 조사) 여론조사에서도 각각 24.6%, 23.5%, 25.2% 등 일정 지지율을 유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2021년 들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며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추미애 전 장관의 장관직 사퇴로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주목도가 떨어지자 2월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3월 4일 정부여당에 반발해 검찰총장직을 던지면서 지지율은 다시 급등, 3월 2주 차 20%대를 회복했다. 이어 불거진 LH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공정 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에 힘을 보태, 3월 말에는 30%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낮아지는 듯했지만,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다시 높아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넥스트리서치가 3월 30~31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8.3%를 나타냈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4월 9~10일 조사), 리얼미터(4월 10~11일), 한길리서치(4월 10일~12일)의 여론조사에서 각각 32.1%, 36.3%, 31.4%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약 한 달여 동안 여론조사 수치가 23~42%까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요신문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4월 정례여론조사에서는 42.5%를 기록, 40%의 천장을 뚫기도 했다(관련기사 [4월 여론조사] 대선후보 선호도 윤석열 42.5% ‘결집’ 이재명 24.0% ‘하락’).
윤 전 총장이 처음으로 40%대를 기록한 이 여론조사 결과는 설문지 보기의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 시장이 후보에서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 여론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장에 나섰던 야권 후보들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7~8% 수준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빠지면서 그 지지도가 윤석열 전 총장에 몰린 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슷한 시기(3월 29~30일) 실시한 알앤써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36.3%, 오세훈 시장은 6%를 기록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수치를 합하면 42.3%로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와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월 28일부터 3월 30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4월 정례여론조사.
NBS(전국지표조사)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내지만 이재명 지사가 앞서는 수치를 보여 눈길을 끈다. NBS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뭉쳐 공동으로 수행하는 주간 정례여론조사다.
3월 1주 차까지는 이재명 지사가 27%, 윤석열 전 총장이 9%포인트(p)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3월 2주 차 이 지사 25%에 윤 전 총장 24%, 3주 차 이 지사 25%와 윤 전 총장 23% 등 박빙을 보였다. 4주 차와 5주 차는 윤 전 총장이 각각 23%와 25%를 기록, 22%와 24%를 보인 이 지사를 미세하게 역전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하지만 4월 1주 차와 2주 차는 24%와 18%, 26%와 23%로 다시 이 지사가 앞섰다.
오차범위 밖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앞서는 수치를 보인 다른 여론조사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사방법 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다른 여론조사업체들은 ARS 자동응답 조사를 100% 혹은 높은 비중으로 하고 있다. 반면 NBS는 100% 전화면접 조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 NBS의 한 관계자는 “ARS 자동응답 표집방법은 응답률이 떨어진다. 이에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NBS와 마찬가지로 100%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택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도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이 박빙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23%로 동률을 보였다. 이어 4월 13~15일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25%, 이 지사가 24%로 사실상 지지율이 붙어있었다.
결국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분석 관계자는 “전화면접 조사는 응답자가 정치 중·저관심층도 많이 잡혀, ARS 자동응답 조사보다는 유보층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인물결집도가 낮은 후보는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며 “윤석열 전 총장은 검증된 게 하나도 없다. 차기 지도자로서 지지를 받는 게 아니다. 반문의 상징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평가 부정의 또 하나의 표상일 뿐이다. 전화면접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신뢰가 바탕이 돼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