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학습지 업체인 교원그룹이 올해 초 여행업체 KRT를 인수했다. 교원그룹은 KRT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여행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교원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1999년에 설립된 KRT는 동유럽 전문 패키지 여행사로 직원 120여 명을 보유한 업계 10위권 중견 여행사다. 유럽여행 전문이었던 KRT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재무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 2019년 297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20년에는 매출이 52억 원에 그쳤다. 적자액은 127억 원에 달한다. 총부채가 135억 원으로 총자산인 20억 원보다 115억 원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KRT의 경영 악화가 이어오고 있어 매수자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재무구조가 극도로 부실해졌다고 알려졌다.
교원의 창업주와 2세가 여행업에 공을 들이고 있어 올해 초 여행사 인수와 함께 적잖은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교원은 KRT 오너 김수연 씨의 지분 89.3%를 비롯해 100%를 전량 매입했다. 창업주 장평순 회장의 1남 1녀 가운데 장남인 장동하 교원크리에이티브 대표가 ‘교원KRT(법인명)’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며 지분 59%를 보유하게 된다. 그 외 41%의 지분은 장동하 대표가 70%의 지분을 보유한 교원라이프가 갖는다.
교원라이프가 여행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회사 회원들이 매달 입금하는 돈은 상조회사가 상조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모두 상조회사의 부채로 잡힌다. 그래서 상조회사들이 회원들의 납입금을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며 “많은 상조회사에서 웨딩과 크루즈 여행 등의 사업을 접목하는 이유는 웨딩과 여행 등의 무형 상품은 원가를 알 수 없어 자금의 유용이 용이하다. 그런 면에서 이는 전혀 새로운 사업확대라기보다는 시장에서 검증된 전형적인 사업 방식의 하나”라고 귀띔했다.
또 교원의 KRT 인수는 얼핏 사업 다각화로 보이지만 현금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도 있다. 코로나19로 교원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구몬학습’과 ‘빨간펜’ 등의 방문 교육 사업이 어려워지고 저출산으로 성장도 정체기에 들어가며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교원라이프의 KRT 인수로 장동하 대표의 입지를 넓혀주면서 장기적으로는 승계를 위한 구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교원라이프는 지분 인수와 함께 KRT에 40억 원을 출자하고 30억 원의 단기자금도 투입했다. 5월에는 KRT가 교원여행을 흡수‧합병하면서 계열사내 여행사를 통합한다. 교원여행은 기존에 ‘여행다움’이라는 시니어 여행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는 팀 정도의 조직으로 규모가 작았다. 합병 뒤에는 ‘교원KRT’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이름도 새롭게 교체할 예정이다. 오는 4월 16일 홈쇼핑 방송 판매를 통해 첫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공식적으로 출범을 알린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