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택배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16일 택배기사들이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받은 일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14일 세대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단지 앞 배송’을 실시한 뒤 몇 명 입주민들은 택배기사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보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항의성 문자를 보냈다. 사진=전국택배노동조합
입주민 B 씨는 “(택배 못 받은 것) 피해 손해 발생에 대해선 측정해 청구하겠다”며 “일부 기사분들은 저상차 잘 이용하고 여기서 1년 반 넘게 친절히 잘 일하고 계셨는데 앞으로 어디서나 마주치면 얼굴 붉히게 왜 만드는 건가. 참 못됐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입주민은 그 다음 날에도 “어제 택배를 받지도 않았는데 ‘배송완료’ 처리됐다”며 “이렇다면 재산피해다. 소명바란다”고 전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수많은 항의 전화와 문자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참여한 택배노동자들 중에는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부터 개별배송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택배노조 측은 고용노동부를 향해 택배기사들의 산업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저상택배차량은 그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이용한 택배노동이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라며 “노동부가 선제적으로 이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와 25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통해 향후 투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일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는 2.3m.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로 택배기사들은 단지 안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택배노조는 이 같은 행동을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아파트 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것.
아파트 측은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기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배노조 측이 몇 차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 측은 △아파트 내 안전속도 준수 △후면카메라 의무 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결국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 아파트 후문 입구에 물품 1000여 개가 쌓이는 혼란이 발생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