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KBO리그에 첫 선을 보인 추신수는 적응 기간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O리그 적응 위해 절치부심 중
3월 21일 NC와의 연습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추신수는 두 차례 삼진을 당하는 등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물러나야 했다. 추신수로선 2020년 9월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약 6개월 만의 실전 경기였다. 9월 28일 경기도 손목 부상으로 재활 훈련 끝에 가까스로 한 타석을 소화했던 터라 그의 실전 경기 출전은 더 오래 전의 일이었다.
한국 입국 후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추신수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구단에서 미리 준비해둔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들을 활용하면서 체력 훈련을 이어갔고, 식단 조절을 병행했다. 그는 자가격리 동안 “좋아하는 라면은 물론 맥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철저히 몸 관리를 해나갔다.
문제는 타격 훈련이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집안에서 기구를 이용하면 되지만 타격 훈련은 배팅케이지가 필요한 터라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추신수는 이 부분을 크게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훈련 많이 하기로 소문난 추신수로선 절대적으로 부족한 훈련량을 인지한 채 시범경기는 물론 정규시즌에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자신한테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추신수는 시범경기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뛰었다. 개막전 출전을 목표로 삼은 그는 동료 선수들보다 늦게 시즌 준비를 한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절치부심 끝에 4월 4일 KBO리그 팬들 앞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른 추신수의 성적은 3타수 무안타. 첫 안타는 4일 후인 8일 한화전에서 나왔는데 그 안타가 홈런이었다. 하지만 이후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더욱이 8일 한화전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 허벅지가 쓸린 바람에 LG와의 3연전을 앞두고 오른 다리에 미세한 근육통을 호소했지만 10일 경기에서 2루 도루를 성공시키는 근성을 발휘하며 자신의 몫을 해내려고 애를 썼다. 그런 추신수를 가장 감싸고 이해하는 이가 김원형 SSG 감독이다. 김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추신수가 개막전부터 출장하려는 의지로 시범경기를 다 뛰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타이밍과 감각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데 10경기 정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낮 경기가 있을 때는 오전 7시에, 야간 경기 때는 오전 11시에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보다 이른 출근 시간이다. 원정 경기 때는 구단 버스 출발 시간보다 더 일찍 숙소를 나와 혼자 택시 타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그가 팀 스케줄보다 일찍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더 많이 훈련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제는 유명한 일화가 된 스프링캠프 새벽 5시 출근도 일찍 나와 여유있게 훈련 시설을 이용한 다음 팀 훈련을 맞이하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SSG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해 개인 훈련을 다 마친 다음 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신수의 루틴은 SSG 후배들한테 전파돼 지금은 추신수와 함께 이른 출근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추신수는 김강민, 이재원, 최정 등 팀 내 베테랑들과 식사자리를 만드는 등 선수단 교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느린 공에 발목 잡힌 추신수
추신수는 14일 기준으로 KBO리그 정규시즌 9경기에서 타율 0.167(30타수 5안타) 1홈런 6삼진 3볼넷을 기록했다. 첫 홈런 말고는 장타가 없다. 추신수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메이저리그보다 8km/h 정도 속도 차이가 나는 느린 공이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정타는 물론 장타가 나오기 어렵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한 빠른 공에 익숙해져 있다. KBO리그의 느린 공에 타격 메커니즘을 만들어낸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추신수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송재우 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추신수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 말로는 공이 정말 잘 보인다고 한다. 메이저리그보다는 구속이 느리기 때문에 공의 궤적이 보일 정도로 선구안은 자신 있는데 문제는 타격 메커니즘이다. 20여 년간 몸에 밴 타격폼 대신 느린 공에 최적화된 타격 메커니즘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것만 잡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타격감을 보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선수가 크게 힘들어한다. 4월은 적응 기간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리그 환경이나 문화에 적응하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지 않나. 다행히 선수단은 이런 추신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그런 점을 선수도 정말 고마워한다.”
#선수들과의 남다른 교감
추신수가 SSG 선수단 합류 후 가장 마음을 쓴 부분은 선수들과의 교감이었다. 자칫 자신을 메이저리거라는 타이틀에 묶어 두면 선수들이 자신을 대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야수조에선 동갑내기 김강민을 비롯해 주장 이재원, 최정 등과 종종 식사 자리를 만들며 팀을 위해 베테랑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섰다.
한번은 상대 투수의 공을 보고 기다리기보단 빨리 승부하려다 1, 2구에 내야 땅볼이나 뜬공 아웃되는 후배들을 보고 공 6개 이상을 보는 선수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하거나 자신을 찾아와 질문하는 후배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등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스타플레이어임에도 자세를 낮춰 후배들을 챙기고, 베테랑 선수임에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생활은 다른 선수들에게 큰 교훈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신수는 SSG 선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과도 친분을 나누고 있다. 그중 외국인선수들과는 더 반갑게 인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했던 롯데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는 시범경기를 위해 사직구장을 방문한 추신수와 메이저리그가 아닌 한국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추신수는 스트레일리가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한국 생활을 궁금해 했다고 한다.
상대하는 팀들마다 아는 선수를 만날 때는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롯데전을 앞두고 이대호, 손아섭과 인사를 나눴을 때나 삼성전에서 강민호, 오승환과 만났을 때 추신수는 진심으로 행복해 했다.
#광고계 러브콜 이어져
추신수는 얼마 전 SSG닷컴의 할인행사 랜더스위크의 광고 모델로 나섰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광고를 찍었고, 관련 내용은 공식 발표를 통해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광고 촬영은 신세계그룹과 계약할 당시 포함된 부분이라 추신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3일에는 추신수가 BMW 공식 딜러인 BMW바바리안모터스와 BMW 차량 후원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수십 개의 광고 제안이 들어왔지만 시즌 중이고 선수가 야구에 전념하고 싶어 해 모두 거절했다”면서 “신세계그룹 관련 광고는 계약 내용이 포함된 부분이라 휴식 일에 짧은 시간 동안 촬영을 마쳤다”라고 설명했다. 송재우 위원은 추신수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야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광고가 효과를 보려면 선수의 성적이 중요하다. 그걸 추신수 선수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가 더 잘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지금은 적응 과정이고, 빨리 적응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인데 이 부분이 잘 정리된다면 팬들이 바라는 추신수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신수가 한국행을 결정한 다음 미국에 있는 자택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KBO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 팬들 앞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야구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한국야구에 도전하는 게 내 커리어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