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지만 기적같은 건 일으키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사진=히사노 모토히로 트위터
이를테면 술자리를 거절하고 싶을 때, 혹은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고 싶을 때 ‘종교상의 이유’는 둘러대기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하지만 무교라면 그러한 기회가 사라지는 셈. 여기에 주목한 것이 엠톱교단이다.
교단 창설자는 히사노 모토히로(23). 사진가로 활동하는 그는 2018년 11월 “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신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권능은 없음’을 강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기적 같은 것은 일으키지 못한다”며 잘라 말한다.
신흥종교를 창시한 배경을 묻자 히사노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종교상의 이유는 효과가 강력하다. 이 멋지고 실용적이며 즉효성이 있는 것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실로 안타까웠다. ‘종교상의 이유’를 가져다 쓰기 위한 종교가 존재하고, 거기에 준하는 경전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바꿔 말해 우리 교단은 ‘종교상의 이유’를 써먹기 위한 종교다.”
히사노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협력자를 모집했고, 약 110명이 모여들었다. 머리를 맞대어 종교명과 경전, 교리를 만들었으며, 그렇게 탄생한 것이 엠톱교단이다. 원래 히사노는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즉흥적으로 신이 되고나서부터 종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면서 “교주는 어느 정도 멍청한 편이 좋고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나 종교를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는 소견을 더했다.
곤란할 때는 종교상의 이유로 출근을 거절할 수 있다. 사진=아베마뉴스
예를 들어 엠톱교단 경전에는 ‘시간외 노동을 거절할 것’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를 최대한 사용할 것’이라는 교리가 적혀 있다. 이 가르침에 따라, 만약 회사에서 잔업을 요청했을 시 ‘종교상의 이유’로 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호되게 당하게 되므로 남의 보증을 서주는 일은 거절할 것’ ‘보나마나 노잼일 게 뻔하므로, 장기자랑 및 그에 준하는 강요는 거절할 것’ ‘어차피 돈 낭비일 뿐이므로, 가고 싶지 않은 회식 자리는 거절할 것’ 등의 교리가 경전에 담겼다.
교단 가입은 SNS 시대에 걸맞게 트위터를 팔로우하면 신자가 된다. 반대로 팔로우를 끊으면 교단에서 바로 탈퇴되는 식이다. 이와 관련, 히사노는 “교단에 가입했다고 해서 엄격히 계명을 지킬 필요는 없으며, 헌금이나 포교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얼렁뚱땅 만든 것 같으면서도 교리 하나하나가 실생활에 적용하기 편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때문인지 “현재 교단을 팔로우한 신자 수는 1만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신자는 주로 20~30대 초반의 젊은 층이 많으며, 하나같이 이들은 “교리가 유용해서 입교했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한 여대생은 “거절하는 것이 정말 서툴렀는데 ‘종교상의 이유’를 댈 수 있어 무척 도움이 된다”며 웃어보였다. 또 다른 신자는 “무종교라서 불편할 때가 간혹 있다. 어떤 신흥종교단체가 포교활동을 해왔지만 덕분에 쉽게 거절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다만 신자들 가운데는 개성 강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자는 “세간의 ‘평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3분의 1은 ‘똘끼’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국제비교조사그룹이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일본인들은 무종교인이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식 등을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믿는 종교가 있는가?’를 묻자 ‘없다’라고 답한 사람이 62%나 됐다. 이어서 ‘불교’가 31%, ‘신도(토착종교)’가 3%, ‘기독교’가 1%, ‘무응답’ 2%, ‘기타’가 1%였다.
이와 관련, 인터넷방송 아베마뉴스는 “무종교인이 많은 현대 일본에서 새롭게 태어난 신흥종교”로 엠톱교단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면서 최근 ‘입교’ 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노우에 노부타카 고쿠가쿠인대학 명예교수는 “패러디종교가 오히려 ‘종교의 존재 이유’ 등 진지한 물음에 다가서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널리스트 호리 쥰은 “수요의 근원에는 사회상황이나 시대의 흐름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왜 이토록 SNS에서 호응을 얻는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탤런트 미와자와 에마는 “젊은이들은 기존 조직에 속하기 싫어하며,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종교가 계속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