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장은 국민은행 부실 회계 문제로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게 됨에 따라 결국 5년에 걸친 맘모스 은행장에서 낙마하게 됐다.
그의 임기 만료는 내달 말. 금감원의 징계에 강력히 반발하며 재임을 추진하던 김 행장은 결국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히며 자신의 이력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사실상 이번 징계를 받아들임에 따라 그는 적어도 금융계에는 향후 3년 동안 몸담을 수 없게 됐다.
어쨌든 김 행장이 국민은행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면서 자산규모 2백20조원의 공룡 은행장을 노리는 금융계 인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포스트 김정태’를 꿈꾸는 인사들은 대략 10여 명. 그러나 국민은행은 규모만큼이나 복잡한 내부사정이 얽혀 있어 행장 선임문제가 간단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국민은행에는 옛 주택은행 노조와 옛 국민은행 노조, 그리고 새로 합병한 국민카드 노조 등 3개 노조가 버티고 있고, 여기에 대주주인 외국계 투자자들, 정부, 소액주주 등 다양한 세력들이 뒤엉켜 있어 행방 선임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 김정태 | ||
이와 함께 이번 김정태 행장의 퇴진이 일각에선 사라지지 않은 관치금융이라는 시각도 있어 구획정리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장 선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행장추진위원회(행추위). 행추위는 지난 4월 구성됐지만 그동안 김정태 행장의 재신임이 예상됐던 터라 갑작스럽게 뒤바뀐 현 상황에 대해 다소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행추위 멤버들은 대부분 김정태 행장과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고, 친 김정태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이 때문인지 국민은행 일각에선 행추위가 친 김정태 인사로 차기 행장을 추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금융계 안팎에서 거론중인 후보로는 김상훈 전 국민은행장,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 이성태 한국은행 부총재, 박철 한국은행 고문,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현 금통위원), 홍석주 한국증권금융 사장(전 조흥은행장), 심훈 부산은행장,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 김규복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등 10명 내외.
▲ 김상훈, (오른쪽)정건용 | ||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약점도 없지 않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김상훈 전 행장의 경우 과거에 김정태 행장과 국민은행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면서 현 국민은행 내부에 갈등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특히 김 전 행장이 김 행장의 뒤를 이을 경우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국민, 주택 출신간 괴리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김 전 행장의 경우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자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시장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외국계가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CEO의 역할이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다.
이성태 부총재와 박철 고문 등 한국은행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편이다. 과거와 달리 한은의 시중은행 지배력이 낮은 데다, 자칫 낙하산 인사라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매우 적다.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 금통위원도 유력한 후보에 오르고 있다. 이덕훈 행장은 우리은행 구조조정을 잘 추진한 실적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은 국민은행장을 맡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평도 있다.
이밖에 최연소 조흥은행장을 지낸 홍석주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도 타의에 의해 후보군에 오르내리지만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은행계 안팎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