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의 배상 권고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금감원은 전날 오후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의 배상 권고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신한은행에 대해 투자자 2명에게 각각 원금의 69%, 75%를 배상하고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는 최소 40%에서 최대 80%까지 비율로 자율조정하도록 했다.
라임 CI 펀드는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조위 대상에 올랐다. 원칙대로라면 손실이 확정된 투자상품을 대상으로 분쟁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피해자의 빠른 구제를 위해 은행이 동의하는 경우 ‘사후정산’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해왔다. 지난해 말 KB증권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서는 지난 2월 우리은행, 기업은행(9,180 +0.33%)에 이어 세 번째로 신한은행이 올랐다. 신한은행은 라임 CI펀드를 2739억 원 팔았고, 이 가운데 72건의 분쟁이 접수됐다.
이번 분조위에 올라온 2건 모두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투자자성향을 확인하지 않고 펀드 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변경했다는 점,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 다른 투자대상자산 투자 가능성은 설명하지 않은 점, 과도한 수익 추구 영업전략과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점 등이다.
신한은행의 배상비율은 앞서 결정된 우리·기업은행의 배상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55%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했고,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원금보장을 원하는 80대 초고령자에게 위험상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75% 배상을, 원금 및 확정 금리가 보장된다며 소기업에 최저가입 금액 이상의 투자를 권유한 경우는 69%를 배상하라는 식이다.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사례 배상폭은 더 넓다. 투자자들과 판매사들 간 40~80% 비율로 자율조정한다. 법인의 경우에는 하한선이 30%로 더 낮다. 자율조정에서도 역시 투자자별 적합성원칙 위반 여부, 투자경험 등에 따라 배상비율이 적용된다.
분조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 조정안을 접수한 후 20일 이내에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오는 4월 22일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참석을 앞두고 있는데, 분쟁조정 수락 여부가 제재 경감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진 행장은 라임펀드 판매책임을 물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통보 받았다.
지난 4월 9일 금감원 제재심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기존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피해자 구제에 협조해온 사실이 인정돼 손 회장의 징계가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손실률이 큰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안을 관련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수용했고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안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진옥동 행장의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추가 연임, 지주 차기 회장직 도전 등이 어렵다. 신한지주 역시 사전에 통보한대로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향후 1년간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인허가 사업 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