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과 택배대란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저탑차량을 이용한 지하주차장 배송을 합의한 사실이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택배노조는 2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과 A아파트가 저탑차량(저상차량)을 이용한 지하 주차장 배송을 합의한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CJ대한통운과 입주자대표회의 간 합의를 보여주는 증거로 지난 13일 입주자대표회의가 노조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는 “CJ대한통운 당 아파트 배송담당팀과의 협의사항(저상차량 도입을 위해 일정기간 유예 후 전체차량 지하배송 실시 합의)”이라고 적혀 있다.
노조 관계자는 “택배물품 상하차 때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된 저탑차량은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분명한 산업안전 위험요인”이라며 “(택배사가) 갑질 아파트에 동조하며 택배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전가했다”고 반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사업주 등의 의무’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택배 노조는 향후 투쟁 계획으로 파업을 논의 중이며 오는 2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 돌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대부분 택배기사 필요에 따라 저탑차량 교체를 완료했지만 추가로 수고를 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상황이며 현재는 협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A 아파트에서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는 2.3m.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로 택배기사들은 단지 안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택배노조는 이를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아파트 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것.
아파트 측은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기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배노조 측이 몇 차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후 A 아파트 후문 입구에 물품 1000여 개가 쌓이는 혼란이 발생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