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사이버 해적단’이 가상화폐 사기 범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진=연합뉴스
4월 17일 미국 법무부는 전 세계 은행에서 13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 현금 및 가상자산을 빼돌리거나 빼돌리려 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해커는 전창혁, 김일, 박진혁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북한 정보기관 정찰총국 소속이다. 정찰총국은 라자루스, APT38 등 해킹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세 해커는 악성 가상자산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뿐 아니라 사기로 파악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대북 제재 회피를 위해 추진됐던 ‘머린 체인’이란 가상자산이 대표적인 예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키보드를 사용해 가상자산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사례에 대해 북한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 금융 사이버 절도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하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해커들이 중국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비트코인 채굴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 전역에서 비트코인 채굴 사업이 부흥하는 가운데, 거기에 개입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 해커들이 중국 현지 해커들과 비트코인 채굴과 더불어 해킹, 사기 등 가상자산 관련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면서 “북한 해커들에게 당한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라고 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 해커들의 가상자산 해킹 또는 사기 혐의는 나왔는데, 피해를 봤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대부분 중국인들이 이런 사기 범죄 표적이 됐는데, 중국 측에선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사이버 해적단’ 활동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각에선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 비용이 가상자산 사기로 얻은 돈에서 나온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고 했다.
강 대표는 “북한 내부에선 지도부의 금고라 불리는 노동당 39호실 잔고가 텅텅 비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북한 열병식은 여전히 화려하다”면서 “열병식을 추진하는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는 의구심이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