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당시 국회 소통관에서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 결과 발표 후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은 지난 4월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의당과 합당을 선언적으로 결의했다. 하지만 차기 당권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전국 시도당 당원 간담회를 통해 합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서 안철수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추진을 밝힌 바 있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합당 논의가 나온 곳은 또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다. 지난 2월 우상호 당시 민주당 예비후보와 정봉주 열린민주당 예비후보가 만나 양당의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박영선 예비후보 역시 두 당의 통합에 대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찬성한다”고 뜻을 밝혔다.
이후 박영선 후보와 김진애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협상단 대표였던 김종민 당시 최고위원은 “단일화와 연계해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양당이 의견을 모았다”며 “합당 문제는 재보궐선거 이후 차분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과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이후 합당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양당 모두 “선거 이후 합당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열린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합당을 언급했지만, 당에서 공식 의제로 나오지는 않았다”며 “합당 문제는 민주당에 달려있다. 열린민주당은 의결을 할 때 전당원 투표를 거친다. 민주당이 먼저 제안을 해야 열린민주당도 조건에 대해 논의를 해 볼 수 있지,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합당을 논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은 내부 반성과 쇄신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합당을 한다 해도 차기 지도부가 구성돼야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5월 2일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가 구성돼도 합당 문제가 의제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해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후보로 나왔던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약속했다. 이낙연 당시 후보는 인터뷰 등에서 “(열린민주당과) 빨리 통합을 이루는 게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나선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후보는 통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합에 대해 “현재로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통합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도 결국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민주당이 내부 수습도 힘든 와중에 합당 협의가 이뤄질 거라고 보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합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양당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 패인은 결국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반성과 쇄신론이 잇따르고 있다”며 “그런데 열린민주당은 여전히 친문·친조국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합당 얘기가 나오면 국민들이 좋게 봐줄 리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김진애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이어받은 김의겸 의원이 지난 4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보궐선거 패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흑석동 투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 김의겸 의원의 존재도 민주당으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의원도 4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흑석동 투기 논란과 관련 “집 문제는 내게 여전히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며 “내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연결돼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 선서를 하고 있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열린민주당 역시 마냥 통합을 찬성하지만은 않는다. 열린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열린민주당 내부 당직자나 당원들도 민주당과 합당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높다. 민주당의 개혁입법 추진이나 부동산 정책,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수습에 대한 불만이 많다. 민주당의 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 논의는 민주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양당의 합당 의제는 내년 3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열린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결국 선거가 있어야 후보 선출 때문에 양당의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그럼 단일화냐 통합이냐 문제로 다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 길어지면 입장차가 점점 벌어진다. 차기 대선에서도 합당보다 후보 단일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차기 지도부에서 내부 수습 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