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전원회의 긴급 토의안건으로 올렸다. 사진은 지난해 3월 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찾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김범석 쿠팡 의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의 총수(동일인) 지정 여부를 전원회의 긴급 토의안건으로 올렸다. 동일인 지정은 통상 사무처 내부 검토를 거쳐 위원장이 결정하는 만큼 전원회의에서 다뤄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쿠팡에 대해서는 전원회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매년 4~5월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과 총수를 지정해 발표한다.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과 총수 지정의 최대 관심사는 쿠팡이다. 공정위는 총수를 지정할 때 ‘기업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정한다. 김범석 의장의 경우 의결권 비율이 76.7%(10.2%)에 이르러 지배력이 충분하지만, 문제는 그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 외국인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지정하더라도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 한국GM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정치권·시민단체·일부 유통기업 등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들은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은 외국인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네이버 사례도 거론됐다.
당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는 공정위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그룹 지배력’을 이유로 이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공정거래법에도 총수 지정과 관련 국적 규정이 없다. 반대로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 규제를 가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최혜국 대우’ 규정 위반으로 통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와 법률 검토를 거쳐 오는 4월 30일 대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하면서 쿠팡 총수 지정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자산 5조 원이 넘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 주요 경영상황 공시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내부거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경우 총수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회사를 계열사로 지정하고 이들과 거래를 공시할 의무도 생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