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과거 금지 해제 때도 큰 충격은 없어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까지 1차 공매도 전면금지가 시행됐다. 2008년 32조 9000억 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2009년 29조 8000억 원가량을 순매수한다. 2009년 6월부터 12월까지 코스피200은 24% 상승한다. 장기간의 공매도 금지였지만 금융위기 충격 이후의 회복구간이었던 만큼 외국인은 매수우위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8월 10일부터 2011년 11월 9일까지 2차 공매도 전면금지가 단행된다. 외국인은 2011년 9조 5000억 원을 순매도했으나 공매도 금지기간에는 1조 4000억 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 해제 이후 2조 7000억 원을 팔아치운다. 그럼에도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6개월간 코스피200은 5.8% 상승한다. 공매도 금지기간이 짧았고 주식시장 변동성도 지속되면서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16일 이후 단행된 3차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 동안 외국인은 18조 7000억 원을 순매도한다. 기간이 길었고, 코로나19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1차 금지 때와 닮았다.
#급등한 코스피…방심은 금물
다만 과거와 달리 코스피가 급락 직전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만큼 가격 부담이 크다. 최근 12개월간 지난해 10월을 제외하면 줄곧 월간수익률이 플러스인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와 올해(3월 말까지) 순매수 상위 국가를 보면 룩셈부르크, 영국, 아일랜드 등 헤지펀드들이 선호하는 조세피난처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5조 6000억 원, 올해 3조 원가량이다. 장기자금으로 분류되는 미국이 지난해 16조 원 이상, 올해 5조 6000억 원 이상을 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펀더멘털 대비 값이 많이 오른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공매도 재개와 함께 가격조정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은 3월 말 기준 유동주식 대비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들을 꼽았다. 코스피 상위 5종목은 롯데관광개발, 두산인프라코어, 호텔신라, 셀트리온, 한진칼 등이다. 업황 개선 기대감은 크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종목들이다.
#달러를 보라…증권사들 “코스피 더 오른다”
올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227개 상장사의 순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140조 5011억 원으로 1개월 전(135조 7285억 원)보다 3.51%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200선을 돌파했던 1월 25일 당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7배였다. 역사적 고점인 14배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최근엔 13.8배로 낮아졌다. 같은 3200이지만 이번에는 PER 부담이 적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하락해 달러 약세가 나타나는 국면에서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비교적 뚜렷하다.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강세는 환차익을 누릴 기회다. 3월 18일 1.7%를 넘었던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후 횡보를 거듭하다 4월 들어 1.6%대까지 내려섰다. 3월 10일 1142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내리막을 타며 1115원대까지 미끄러졌다. 그리고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 4600억 원의 순매수를 보였고 3000선 아래로 밀렸던 지수는 3220까지 치솟았다.
5월 실적 시즌이 마감하면 시장은 다시 매크로(거시경제) 이슈로 옮겨갈 수 있다. 경기 개선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능성이다. 미국의 장기금리가 오르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잦아들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