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1호 사건 수사 개시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말처럼 공수처 역시 1호 사건으로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 셈이다. 이런 각오 때문인지 김진욱 처장은 13명의 검사를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에 비유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공수처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지고 있다. 13명뿐인 검사 라인업과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 예민한 사건 관계자들의 공수처 수사 희망, 김진욱 공수처장 관련 의혹 등이 공수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13명뿐인 검사 라인업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 △예민한 사건 관계자들의 공수처 수사 희망 △김진욱 공수처장 관련 의혹 등은 정치 외풍으로부터 중립적인 영역에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공수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최후의 만찬’은 왜?
13명의 검사 선발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규모였다. 공수처는 검사 정원 23명에 크게 못 미치는 13명으로 닻을 올렸다. 원래 17명을 인사 제청했지만, 4명은 신원 조회 등에서 결격 사유를 보여 최종 선발에서 제외됐다. 공수처는 검사 출신 김성문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와 판사 출신 최석규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를 부장검사 자리에 앉히고, 16일자로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13명의 검사 면면을 놓고 안팎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단 능력 부족이다. 현재 공수처에 검사 출신은 4명. 이들의 평검사 경력을 다 합쳐도 26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김성문 변호사가 17년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평균 3년의 검찰 재직 경험이 전부다. 제대로 된 수사를 해봤을 리가 만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심지어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한 명도 없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검사 모두 판사 출신인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할 만한 경험 있는 인물이 부족하다. 특수 사건 경험이 많은 검사는 “특수 수사는 정보를 모으는 것부터 수사 대상 및 범위 선정, 압수수색 현장에서의 증거 확보나 피의자 진술 확보 등의 과정이 일반적인 사건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다”며 “특수 수사 경험자가 한 명도 없는 공수처 검사 라인업을 보고 ‘수사는 제대로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수사 역량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김진욱 공수처장은 4월 19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이 세상을 바꿨다. 13명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발언을 놓고도 법조계의 비판이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후의 만찬에 13명을 언급한 김 처장은 당장 ‘전 변협회장 추천’으로 부적절한 채용 의혹을 받고 있지 않나. 김진욱 처장은 물론 13명의 ‘수사 역량’이 과연 최후의 만찬에 비유할 정도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검 관계자도 “특별검사팀의 역할을 하는 게 공수처라면 무조건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도 그렇고, 성공한 특검팀의 필수 조건은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특검이나 팀장급 법조인, 그리고 해당 법조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검사 등이 한 팀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수처는 19일 검찰 특수부 경력의 공수처 인사위원인 김영종 변호사 강의를 시작으로 실무 교육에 착수했다. 하지만 공수처 검사라는 직책은 물론, 업무도 전례가 없다 보니 구체적인 교육 과정은 물론 교육 기간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밖에서 흔드는 바람
검사 규모 및 역량 부족이 공수처 내부의 문제라면, 밖에서 흔드는 외풍도 적지 않다. 당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관련 사건이 공수처 안팎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 현재 사건은 불법 출금 및 기획 사정 의혹,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및 유출 의혹 등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4월 19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꿨다. 13명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박은숙 기자
사건과 관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는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법 25조 ‘현직 검사 사건은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는 게 이유지만, 이들이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검찰에서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수처를 찾는다는 게 법조인 대다수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 사건을 맡을 경우 사건 처리 결과에 따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강조했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에서는 기소로 이성윤 지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결론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뒤집는’ 결정을 할 경우 “제2의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그러다 보니 김진욱 처장도 신중하게 사건에 접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고소·고발 접수된 사건 888건을 검토해 1호 사건을 고르고 있다고 밝혔는데 김 처장은 “떠넘겨 받은 사건은 1호 사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올해 3월 검찰에서 이첩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유출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처장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제 의견”이라며 “내부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열어두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공수처를 만들 때는 검찰과 다른 정치적으로 독립된 권력 수사 기관을 만들겠다고 한 것인데, 청와대가 관여된 사건을 가져다가 작게 처리한다면 공수처는 1호 사건부터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며 “안 그래도 신뢰를 잃은 공수처가 그런 악수를 둘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