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설을 앞두고 보호종료아동들이 일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요보호아동. 과거 흔히 고아라고 불리던 아이들이다. 부모의 유기나 유실 또는 부모는 있지만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 부적합한 경우 아동복지법에 의해 보육시설에서 길러지는 이들이다.
보호자가 아동을 다시 데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를 찾지 못하고 성인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하는데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른다. 보호종료아동수는 매년 2500명에서 2700명에 이른다.
만 18세가 되면 정부는 시설에서 이들을 내보내며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지급한다. 이후 3년간 월 30만 원의 자립 수당을 준다. 하지만 서울지역 원룸 평균 월세 51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이 정도 돈으론 월세방 하나 얻기 힘들다.
정부는 LH 청년전세임대 등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의 주거를 지원하고 있지만 모든 보호종료아동이 입주할 만큼 임대주택은 충분치 않다. 이들 중 일부는 캄캄한 반지하나 창문 없는 고시원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회 첫발을 떼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보호종료아동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하며 일반가정 아이들이 체험하고 누리는 것들을 쉽게 접하지 못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은행 한번 가보지 못한 경우도 있고 사회에 나와서도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에게 사회의 문턱은 너무 높다. 그러다 보니 사기를 당해 범죄 피해자가 되는 일도 빈번하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보호가 종료된 후 성매매 업소로 가기도 한다. 2017년 한 해에만 한 보육원 출신 보호종료아동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 한 보육원에서도 보호종료를 앞둔 18세 소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소년은 2세 때 보육원에 맡겨져 17년을 지내다 보호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관계자들은 홀로서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막막함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에서 보호종료아동이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경기도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경기도에서는 매년 400명 정도의 보호종료아동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도는 먼저 자립정착금을 광역지자체 최초로 1000만 원으로 올렸다. 경기도 아동권리팀장은 “현실적으로 500만 원은 자립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자립정착금은 ‘최소한의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불린다.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평생 한 번 주는 자립정착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요구에 호응하듯 지난해 인천시는 광역지자체 최초로 자립정착금을 800만 원으로 인상했고 서울 서초구도 지급 대상자는 적지만 기초지자체 최초로 1000만 원을 지급하며 자립정착금 현실화에 불을 지폈다.
주거 지원에는 GH 경기도시공사가 나섰다. 올해 사회로 나오는 도내 보호종료아동 400명 중 LH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절반을 제외하면 200여 명가량이 다른 주거지를 찾아야 한다. GH는 공공임대주택 103호를 마련해 이들에게 우선 입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형별로는 청년매입임대 26호, 전세임대 55호, 행복주택 22호다.
이 중 전세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와 연동되기 때문에 1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이 필요하다. 1000만 원들고 갓 사회에 나온 보호종료아동이 그 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경기도 주거복지팀은 “전세임대는 1억 1000만 원까지 보증금의 95%를 지원하기로 했다. 매입임대, 행복주택도 유형에 따라 맞춤 지원한다. 이번에 공급하는 103호의 임대주택은 올해 보호가 종료되는 아동들도 충분히 입주할 수 있게 금융지원을 포함한 정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해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착금과 주거가 해결돼도 홀로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도는 올해 초 자립과 진로, 생활지원을 아우르는 보호종료아동 종합지원계획을 세웠다. 계획에는 금융사기 예방교육, 재무관리 컨설팅부터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비 지원, 진로 컨설팅, 취업 밀착 관리, 멘토 프로그램, 생필품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보호종료아동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한 정책적 건의도 있었다. 취업 취약계층 인정 기간의 확대다. 기존 취업 취약계층 인정 기간은 시설 퇴소 후 5년이어서 대략 20대 초중반이 되면 취업 취약계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하며 지원을 받던 기업들은 23세 전후까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도는 지난해부터 보호종료아동들의 “안정된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고용노동부에 보호종료아동의 취업 취약계층 인정 기간을 현행 5년에서 청년기본법상 나이인 3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건의했다. 보호종료아동들의 안정적 자립을 위해서다. 그리고 올해 3월 10일 노동부는 이를 받아들여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34세까지 취업 취약계층으로 인정하는 ‘사회적기업 인증 기준 개정안’을 고시하기에 이른다.
취업 취약계층을 일정 부분 이상 고용해야 하는 사회적기업들은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호종료아동들도 취업 취약계층 인정 기간 만료로 인한 해고의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30대 중반까지 일하게 된다면 그만큼 자리를 잡는 데 수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자립정착금, 주거 안정, 취업 지원 등을 확대‧마련했지만 경기도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라고 말한다. 도 관계자는 “이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날까지 도울 계획이다. 보호종료아동에게 더 넉넉한 품을 내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려 한다”고 전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