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재보선 정국을 맞은 정의당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무공천한 정의당의 존재감이 바닥을 기자, 차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할수록 유권자의 시선에서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내년 3·9 대선 이후엔 당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투기공화국 해체’ 정의당 전국순회 출정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불똥은 당 구심점인 심상정 의원에게 튀고 있다. 최근 당 내부에는 “‘어대심(어차피 대선 후보는 심상정)’으로는 안 된다”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른바 ‘심상정 한계론’이다. 정의당이 대선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선 예측 가능한 후보보다는 ‘파격적인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정의당 PD(민중민주파)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어대심’에 대해 “글쎄, 심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될지 예단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의정활동에 매진하는 심 의원은 당 산하 부동산투기공화국해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지만, 존재감은 미미한 상태다.
앞서 심 의원은 4·7 재보선 정국에서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를 사실상 지지했다. 효과는 없었다. 정의당이 재보선 과정에서 제시한 ‘반기득권 정치동맹’ 프레임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그 프레임은 10년 전에도 나왔던 것”이라며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라고 평가 절하했다. 다른 관계자는 “심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라고 비판했다.
향후 정의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 ‘반어대심 기류’가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현재 정의당 대선 후보로는 심 의원과 이정미 전 의원 등이 꼽힌다. 심 의원이 PD의 핵심이라면, 이 전 의원은 NL(민족해방파)인 인천연합에 속한다. 대중성에선 심 의원이, 조직력에선 이 전 의원이 각각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7년 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와 박원석 전 의원 등도 오르내린다. 이 밖에도 97(90년대 학번·70년대 생)세대의 외부 수혈을 통해 세대교체론을 띄워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세대교체 주자인 장혜영(34)·류호정(29) 의원은 공직선거법의 피선거권 규정인 ‘선거일 기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에 걸린다. 정의당 한 당직자는 “‘심상정 vs 이정미’ 구도를 넘을 수 있는 인재 영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