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서울을 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듯하다. 전력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걱정을 하는 분위기 속엔 ‘3대 세습 세자책봉’에 대한 불안이 있다. 전근대적인 세습체제는 이제 이 지구상에서는 낡은 것인데, 그 낡은 것의 힘으로 지도자가 된 김정은이 내부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
도대체 김정은은 어떤 인물일까? 한 일간신문에선 그가 스위스 유학 당시 얼마나 공부를 못했는지 별명이 ‘바보’였다는 걸 전해서 웃었다. 그것은 김정은을 폄하하는 것이지 김정은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적을 폄하하는 일은 적이 두려울 때나 하는 짓이다. 공부 능력은 수많은 능력 중의 하나일 뿐 아닌가. 더구나 한 나라의 후계자가 성적에 연연하는 자라면 그것도 곤란하다.
나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진 그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40대 장남을 제치고, 30대 차남을 넘어서서 겨우 20대인 그가 후계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러던 차에 <왜 김정은인가?>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저자는 후지모토 겐지. 13년간 평양에 머물면서 김정일의 전용 요리사를 했던 인물이다. 그는 장남 김정남은 처음부터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기족 모임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남 정철은 온화한 성격인데, 그래서인지 김정일은 “그 녀석(정철)은 안 돼, 계집애 같아서”라고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나를 가장 닮았다”며 만족해했던 인물이 정은이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나(김정일)를 닮은 것이 어떤 것인가? 후지모토가 김정은을 처음 봤을 때 정은의 나이 일곱 살이었다. 김정일이 아이들을 소개하겠다며 정철, 정은을 소개했는데 처음에 정은은 요리사 겐지를 일본제국주의자라며 악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정철 다음으로 정은 왕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정은 대장은 손을 내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나를 험악하게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곱 살짜리 아이가 마흔 살 어른인 나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정철과 정은은 모두 농구를 좋아했단다. 그래서 농구관람을 좋아했는데, 정철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떴지만, 정은은 경기가 끝나면 남아서 승패 원인을 따져 팀원들을 질책하거나 격려했단다. 거칠고 목적 지향적이고 신념에 투철하고 집요한 성격 같다.
리더는 사람을 믿고, 희망을 주며, 공개적으로 일하고, ‘가자’고 권하지만 보스는 사람을 믿지 않고, 희망 대신 겁을 주고, 등 뒤에서 일하며 ‘가라’고 명한다고 한다. 그 구분법에 따르면 겁을 주고 명령하는 김정은은 전근대적인 보스다. 그런데 어쩌나? 거기가 전근대적인 땅인데.
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