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중진 의원들과 함께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손드는 사람 쇄도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아직 공식 출마선언은 많지 않지만,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이들은 꽤 많다. 당내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3선 이상 현직 의원 상당수 이름이 오르내린다.
주호영 대표 대행의 경우 사실상 출마선언을 했다는 분석이다. 주 대표 대행은 4월 16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에서 조기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5월 29일까지 보장된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지 않고 후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한 것으로, 당권 도전에 뜻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 대표 대행 외에 당권 주자로는 5선 조경태 홍문표 의원, 4선 권영세 의원이 거명되고 3선 중에는 윤영석 의원이 있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이 나가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도 있다. 조경태 홍문표 윤영석 의원은 직간접적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내 다선 의원들 간에 벌써부터 신경전이 불거지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4월 21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대표 대행 사이에 거친 표현이 오간다는 지적에 “김 전 위원장과 주 대표 대행이 구태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주 대표 대행은 새 당대표로 자격이 없다고 공격한 것이다.
원외에서는 6선을 지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4선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당대표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출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더 높지만, 나 전 원내대표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당심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결심한다면 대중 인지도가 높고 전통적 지지층의 세가 강해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노장들뿐만 아니라 신예들도 거명된다. 4·7 재보선에서 젊은 세대들이 국민의힘의 새 지지 세력이 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만큼 ‘젊은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초선 가운데 김웅 윤희숙 박수영 의원 등이 당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1970년대생인 강민국 의원, 1980년대생인 배현진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가운데 김웅 의원은 4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총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초선 바람’이 불자 다선이 초선을 응원하는 현상도 보인다. 5선 서병수 의원은 4월 15일 자신의 SNS에 “산업화, 민주화라는 낡아빠진 패러다임에 갇힌 정치인들은 공정, 생태, AI(인공지능) 같은 가치들을 시대정신으로 이끌기엔 힘이 달린다. 산업화 시대정신을 대표했던 세대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 하면 젊은 세대들이 두 걸음 앞서가라”고 당의 세대교체를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대통합을 이루고 난 뒤 국민의힘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설도 나왔지만 가능성은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교섭이 지지부진해 안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나설 만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대선 시계바늘 따라간다
국민의힘은 내년 봄 정권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6년 총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패를 당한 뒤 천신만고 끝에 4·7 재보선에서 전환점을 만들었는데, 또다시 대선에서 진다면 보수정당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등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쌍두마차를 이뤄낼 수 있는 당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는 기류가 유력하게 감지된다. 강력한 당권 주자로 불리던 정진석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선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당내 해석이다.
앞서 정 의원은 4월 16일 자신의 SNS에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최고참 의원으로서 내년도 대선 승리에 보탬이 되는 일, 드러나진 않아도 꼭 필요한 역할을 찾아 나서겠다.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우리 당의 대선주자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의 정치 일정에는 내년 대선 하나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들”이라며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최적의 후보를 찾아냈듯, 내년 3·9 대회전(대선)을 승리로 이끌 최선의 후보를 등판시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의 말을 풀어보면 ‘반듯한 대선주자’를 세우기 위해서는 본인이 당권을 잡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동안 주 대표 대행과 정 의원은 당대표 후보 단일화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교감한 뒤 불출마 선언이 나온 건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 간에 ‘임무 분담’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내부 관측이 있다.
윤 전 총장 부친의 고향이 충청도인 까닭에 윤 전 총장을 충청도 연고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정 의원이 당권마저 거머쥐면 충청 싹쓸이로 비춰져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정 의원이 주 대표 대행을 밀어주는 그림으로 읽고 있다.
주 대표 대행이 TK(대구·경북)여서 윤 전 총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TK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 데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당대표 도전장에 유리한 위치라는 해석이다. TK 지역 한 현역 의원은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는 과거처럼 공천권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고 내년 대선에 최적의 인물이 링에 올라 무난히 승리할 수 있도록 당을 잘 관리하는 역할”이라며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대선주자는 윤 전 총장이 절대 유력한데, 서울에서 나고 자란 윤 전 총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국민의힘 전통 텃밭인 영남에서 70~80%의 압도적 득표율을 올려줄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당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쇄신론’을 등에 업고 초선 당대표가 실제 당선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초선이 56명에 이른다는 ‘숫자’의 위압감도 있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후보인 김웅 의원의 경우 1970년생으로 젊은 데다 호남 출신이라 향후 국민의힘 표 확장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4월 18일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가’ 여론조사 결과 주 대표 대행이 16.6%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김웅 의원이 11.3%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PNR리서치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 한 수도권 현역 의원은 “초선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려면 유력 대선주자와 짝짓기가 가능해야 하는데 김웅 의원의 경우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유승민계라는 약점이 있다”며 “영남 탈피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수도권 의원은 서울 8명, 인천 1명, 경기 7명이 전부다. 결국 현재 국민의힘 주류가 유력 대선주자와 결합하는 당대표 선출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들어가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최준필 기자
#다른 돌발변수는?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제기되던 가장 큰 변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계속 나왔던 것. 하지만 최근 김 전 위원장의 잇따른 독설 파문으로 김종인 변수는 완전히 제거됐다. 국민의힘 한 다선 의원의 말이다.
“당사와 국회에서 들리는 ‘복도 통신’을 종합해보면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재추대를 은근히 원했다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마음 비우고 떠났다면 이토록 험한 말을 할 리 없을 텐데, 험담의 강도를 볼 때 굉장히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7년 민주당을 떠났을 때처럼 또다시 새로운 지대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제 그가 돌아올 일은 없다.”
마지막 변수를 들자면 게임의 룰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현재의 30%에서 50~100%로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원·선거인단 비율은 현재의 70%에서 0~50%로 줄어들게 된다. 하태경 의원이 “100% 국민 전당대회로 우리 당을 혁신하자”고 하는 등 룰 개정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당원의 의견을 최소화하자는 것은 정당 정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면 유리한 국면이 되는 초선 당권주자 김웅 의원 역시 당원 참여 비율을 낮추는 데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것이 나에게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정치는 대의명분인데 원칙에도 어긋나고 도의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어려울 때 묵묵히 당비를 내면서 당을 지켜준 당원들을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후폭풍을 낳을 것”이라며 “정상적 정당이라면 당원에게 마땅히 투표권을 줘야 한다. 룰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