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세금체납자들이 가상화폐가 압류되자 서둘러 밀린 세금 납부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23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개인 836명, 법인대표 730명 등 1566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들 중 증시 압류가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를 전격 압수했다. 고액체납자가 은닉한 가상화폐를 찾아내 압류까지 단행한 것은 지자체 최초다. 서울시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 급등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 큰돈을 벌면서도 유형의 실체가 없는 틈을 노려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하는 고액체납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압류조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압류한 가상화폐의 평가금액은 251억 원으로 이들의 총 체납액은 284억 원이었다. 일부만 매도해도 세금을 충분히 낼 수 있을 정도의 가상화폐를 가진 이들도 많았다.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 세금체납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사례 중 평가금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125억 원 상당을 보유한 병원장 A 씨였다. 그는 5억 8000만 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세담보를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학원강사 B 씨는 31억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숨기고 있었음에도 5600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1000만 원을 체납하며 버티고 있던 병원장 C 씨는 체납액의 90배가 넘는 9억 7000만 원을 가상화폐로 갖고 있었다.
서울시의 압류 조치로 가상화폐 거래가 막히자 676명 중 118명은 체납세금 12억 600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 38세금징수과는 “가상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체납세금을 납부해 압류를 푸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압류는 거래소를 통해 체납자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 금융계좌, 전자지갑, 가상계좌를 압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압류된 가상화폐는 시세에 따라 평가금액이 변하며 입출금은 할 수 없다.
서울시는 체납세금 납부 독려 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엔 압류한 가상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이 체납액보다 작으면 추가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체납액보다 많으면 나머지를 돌려준다.
서울시는 아직 압류가 이뤄지지 않은 890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압류조치를 하고 2차 납세의무자 지정 및 자금출처 조사 등 지속적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비양심 고액 체납자에 대한 징수활동을 빈틈없이 전개하겠다”며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강은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