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김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김 씨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데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22일에는 석 씨의 첫 공판이 열렸는데 석 씨는 사체은닉 미수 혐의만 인정했을 뿐 미성년자 약취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 석 씨의 출산과 아이 바꿔치기에 대한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월 2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친모로 드러난 석 씨에 대한 첫 재판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4월 2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에서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친모 석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됐다.
오전 9시 31분 무렵 호송차를 타고 김천지원에 도착한 석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재판장으로 향했다. 재판장에는 석 씨의 남편과 큰딸이 미리 도착해 있었으며 둘째 딸 김 씨는 현재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은 검찰 측이 공소 사실을 읽는 것으로 시작됐다. 검사는 “피고인은 2018년 3월 31일 즈음 A 산부인과에서 딸 김 씨가 출산한 여아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해 김 씨의 보호관계에서 이탈하게 했다”며 “지난 2월 9일 즈음에는 김 씨 주거지에서 발견한 사체(숨진 여아)를 매장할 의도로 유아 옷과 신발을 구입한 후 종이박스를 들고 갔으나 종이박스를 사체 옆에 놓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검찰이 석 씨에게 적용해 기소한 혐의는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다.
다만 검찰은 석 씨가 산부인과 모자동실에서 신생아를 데리고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공소장에서 그 방법은 ‘불상’으로 기재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은 간호사 등 병원 직원이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어 데리고 나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모자동실은 병실에 산모와 신생아가 함께 있는 방식이라 석 씨가 몰래 아이를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추정이다. 판사가 공소장에 나오는 ‘불상의 방법’에 대해 묻자 검사는 “불상의 방법으로 아동을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하게 매듭짓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석 씨가 신생아의 오른쪽 발목에 부착된 식별띠를 분리하고 데려갔으며 바꿔치기한 자신이 출산한 아이(사망해서 사체로 발견된 3세 여아)에게 다시 부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식별띠를 겉싸개 안에 넣은 방법으로 보이지 않게 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판사가 “피해자의 식별띠를 발목에서 분리한 뒤 다시 부착을 하지는 않았다는 뜻인가?”라고 물었고 검사는 “맞다”고 답했다.
반면 석 씨는 검찰 공소 사실 가운데 사체은닉 미수만 인정했을 뿐 미성년자 약취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공판이라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고 이에 대한 검찰 측과 피고인 변호사 측의 입장을 듣는 일정이 전부라 10여 분 만에 재판은 마무리됐다. 2차 공판은 5월 11일 오후 4시에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석 씨가 바꿔치기한 김 씨의 아이를 찾지 못했으며 석 씨와 가족들이 여전히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 공소사실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석 씨의 출산 시점과 장소 등이 모두 불상이며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입증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대목인 두 신생아를 바꿔치기한 방법 역시 불상이다. 게다가 사라진 김 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불상의 공소장’으로 이뤄진 기소인 터라 향후 재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석 씨는 검찰 공소 사실 가운데 사체은닉 미수는 인정했지만 미성년자 약취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 화면 캡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시체 없는 살인사건’ 재판과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자칫 석 씨가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서 무죄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개의 경우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다가도 어느 대목에서 결국 인정하는데 석 씨는 거듭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유전자 검사 결과 석 씨가 출산을 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지만 석 씨가 이를 부인하고 있고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도 없다. 재판 과정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방어의 둑이 무너져 석 씨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석 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은 국과수 기록 등을 토대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아이가 사라진 과정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무죄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검찰이 공소장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바꿔치기를 했다’고 명시한 터라 담당 판사가 계속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체 유기 등을 다룬 형법 제161조에 따라 사체은닉죄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으며 미수범도 처벌한다. 다만 형법 25조에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돼 있어 판사 재량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아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반면 미성년자 약취와 유인을 다룬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판을 통해 두 혐의가 모두 입증돼 유죄를 받을 경우 중형이 불가피하지만 미성년자 약취 혐의가 무죄일 경우엔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