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의사 장위 구하기’ 운동이 일고 있다. 불법 의료 행위를 폭로한 장위 의사가 신변의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4월 18일 베이징대학 종양내과 의사 장위라고 밝힌 한 블로거의 글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장위는 “지난 1년 동안 수십 개 병원에서 종양환자들이 잘못된 치료를 받거나, 부당한 비용이 청구된 사례를 100건 넘게 발견했다”면서 “종양 치료의 기본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위는 “나 혼자서 발견한 사례가 이 정도”라면서 “종양 치료로 몸과 재산이 망가지고 있다. 의료 효과가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하고, 비용도 저렴해져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비용을 10배 이상 지불하게 하고, 심지어는 일찍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장위는 “의료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한 블로거는 “종양환자는 몸과 재산을 잃은 반면, 의사는 후한 보상을 얻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면서 “장위의 글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실제 현실에서 나타난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의사는 이렇게 썼다. “의료보험 제도를 악용하거나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일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부 양심을 상실한 의사들이 경제적 이익만 중시하고 환자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의사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하고, 대중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환자 중심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직업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의사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악성종양 환자는 매년 392만 9000명 발생한다. 사망자는 233만 8000명에 달한다. 악성종양에 걸리는 것은 개인의 불행인 동시에 집안의 문제다. 거액의 의료비로 진흙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비용에 대한 근거를 알고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선 의사들의 높은 직업의식이 요구된다.
시진핑 주석 역시 3월 양회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을 했다. 시진핑은 “의술을 갈고 닦을 뿐 아니라 인술을 행해야 한다. 구원의 마음을 갖고, 환자들에 대한 연민을 품는 훌륭한 의사가 되라”고 했다. 장위가 글을 쓴 다음 날인 4월 19일 국가보건위원회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장위는 2020년 10월에도 내부 폭로를 한 적이 있었다. 장위는 상하이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외과의사의 악의적 의료행위를 공개했다. 환자의 생존기간은 줄어드는데 환자 가족들은 일반적인 치료보다 몇 배 비싸게 비용을 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장위는 많은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엔 의료계 전반의 실상을 폭로한 것인데, 장위는 글을 올렸던 4월 18일 저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서 삭제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혹시 모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많은 블로거와 누리꾼들은 “누가 의사 장위를 압박하고 있느냐. 용기를 내서 폭로한 장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중국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한 블로거는 “실명으로 양심 폭로를 하는 것엔 큰 위험이 따른다.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장위가 느꼈을 중압감을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장위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장위가 두 차례나 폭로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당국에서도 의료 부문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긴 하다. 장위 글이 올라오기 사흘 전 관련 부서들은 합동으로 ‘불합리한 의료 전문 검사 관리 행동 방안’을 발간했다. 국가의료부장국, 위생보건위원회 등이 1년간 전담 단속을 실시하고 불합리한 의료 행위를 시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당국은 공공 의료 부문을 각별히 챙기기로 했다. 농촌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말 전국에 남아 있는 동네 의사의 수는 79만 2000여 명이다. 2015년에 비해 5만 명 감소한 수치다. 시골로 갈수록 의사의 수는 더욱 부족하다.
전문가는 “낮은 처우, 높은 리스크, 고령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싱타이시에서 일하는 38세 의사 장다룽은 “돈을 벌기 어렵다. 고민 끝에 도시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마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년 동안 치료를 해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3만 위안(520만 원가량)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38세의 천창은 “한때 시골 의사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지금은 일만 많고 수입은 적어 젊은 의대생들이 꺼려한다. 대부분 도시에 나가 개업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동네 의사들은 공부를 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산뿐 아니라 실력도 도시 의사들과 점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관계 부처는 동네 의사의 고령화 대책을 마련하고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당국은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모바일 의료 기술도 더욱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도시와 시골 간 의료 수급 불균형을 깨기 위한 차원이다. 중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인터넷 기술로 오프라인 의료서비스가 확대, 하향됐다. 그동안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도 모바일 등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의료 가입자 수는 6억 6100만 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온라인 약품 구매, 원격 문진 등의 수요가 늘어났다. 인터넷 문진 후 전자약 처방을 받으면 약품이 바로 집으로 배달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자 당국에선 새롭게 뜨고 있는 모바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섰다. 중국병원협회 팡라이잉 부회장은 “인터넷 의료에 ‘온기’를 입혀야 한다”면서 “인터넷은 수단에 불과하다. 최우선은 의료의 질과 안전이다. 인터넷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에 대한 인간적 배려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