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등 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23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 5단체는 손경식 경총 회장 주도 아래 정부에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하는 데 의견을 모았고 다음주 중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경총이 작성한 건의서 초안을 바탕으로 각 경제단체와 협의해서 건의서 내용을 최종 조율해 이날 각 단체 직인을 날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의서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단체의 공동건의서 제출은 지난 16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고, 홍남기 부총리는 “부총리 주관 업무는 아니지만 정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 요구는 최근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는 지난 20일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기업은 진두지휘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청원 게시물은 이날까지 총 13건이 올라왔고 15만 7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해당되는 사면은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자를 대상으로만 이뤄지며 사면을 위해선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석방에 대해서도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또는 가석방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아직 검토할 수 없다”고 답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