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복합타운’ 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최준필 기자
‘중국문화복합타운’은 춘천과 홍천 경계에 위치한 라비에벨 관광단지에 조성될 계획이다. 강원도는 2018년 12월 베이징 ‘인민망’ 본사에서 사업설명회를 갖고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고유 무술과 전통공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테마공간을 콘셉트로 세계 최초의 ‘중국문화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중국 문화 콘텐츠 개발, 중국 투자자 발굴, 사업 관련 홍보 및 광고는 인민망의 몫이다. 인민망은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다. 인민일보는 북한의 노동신문처럼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외 홍보지’ 성향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 코오롱글로벌은 사업계획 수립 및 공사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일대일로’와 관련한 부분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추진하는 21세기판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2013년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이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일대일로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은 중국 자본을 유치해 인프라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프라 건설 이후 중국 자본에 대한 채무가 막대해지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사례가 중앙아시아와 인도,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불거졌다. 일대일로 정책이 국제적 논란 중심에 서게 된 계기다.
그런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업 추진 단계에서 ‘일대일로’라는 단어를 언급해 논란이 됐다. 중국문화복합타운 관련 MOU가 체결된 지 1년이 지난 2019년 12월 19일, 최 지사는 중국문화복합타운 사업 참여 기업 중 하나인 인민망과 인터뷰를 했다. 최 지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 사업을 문화 일대일로라 이름 붙였다”면서 “마음 속에 까는 일대일로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간 정부가 “한국은 일대일로 대상국이 아니”라고 부인해온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었다.
최문순 지사가 일대일로 발언을 했던 날은 중국문화복합타운 사업 계획이 본격화된 날이다.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망 1호 스튜디오에선 중국복합문화타운 론칭식이 개최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쉬정중 인민일보 부총편집장, 천창 일대일로 국가정보센터 빅데이터발전부 부주임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쉬정중 인민일보 부총편집장은 “민심 소통은 한·중 관계가 멀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데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문화복합타운은 민심 소통을 하는 데 유익한 시도”라고 했다. 쉬 부총편집장은 중국문화복합타운에 대해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접할 수 있는 직관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민망 보도에 따르면 인민일보 부총편집장은 중국 차관급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부국장급인 천창 일대일로 국가정보센터 빅데이터발전부 부주임은 중국복합문화타운을 ‘일대일로’ 사업의 연장선으로 봤다. 천 부주임은 “문화는 ‘일대일로’ 건설의 중요한 역량으로 한국 등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중국복합문화센터를 건설하는 건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수출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문화타운은 일대일로 문화 교류 협력 플랫폼이자 브랜드로 일대일로 문화산업의 번영과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도 일대일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인민망 보도에 따르면 윤 대표는 “중국 일대일로 전략 정책과 양국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사업 협력이 본 프로젝트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코오롱글로벌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으로 중국문화복합타운 조성사업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문화복합타운 조성사업 관련 논란은 2021년 3월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3월 29일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다. 4월 23일 오후 2시 기준 해당 청원엔 64만 788명이 동의한 상태다. 김치 종주국 주장 등 중국의 문화공정을 비롯해 한한령,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반중정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강원도가 적극 주도하는 중국문화복합타운이 재조명됐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문화복합타운은 차세대 ‘공자학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이 주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선전 시설”이라면서 “몇 년 사이 국제적으로 공자학원 퇴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중국 당국에서도 공자학원 뒤를 이을 차세대 ‘선전 본부’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중국문화복합타운은 공자학원 다음으로 중국 문화를 선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서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회사 인민망이 주도한다는 것이 주요한 힌트”라고 했다. 그는 “인민망이 사업을 주도함으로써 중국문화복합타운 사업이 대외적으로는 ‘민간 주도 사업’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업 방향성 등 실질적인 주도권은 여전히 중국 공산당에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나 강원도청 측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 해당 시설이 들어서면 중국 문화를 경험하러 이곳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강원도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면, 사업 파트너로 ‘패키지 여행’ 코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인 중국 여유국(여행국)을 선택했어야 한다. (중국문화복합타운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보다 중국 일대일로 사업 정당성을 어필하는 선전 본부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강원도는 “해당 사업은 복합문화관광단지일 뿐”이라며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강원도 춘천시 소재 강원도청. 사진=최준필 기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재임한 뒤부터 강원도는 중국 자본 투자 유치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2015년 1월 강원도청엔 글로벌통상투자국이 신설됐고, 9월엔 중국 베이징에 강원본부를 만들어 인력을 파견했다.
2018년엔 글로벌통상투자국 세부 예산 항목에 ‘중국통상과’와 ‘일본·구미주통상과’ 예산이 분할됐다. 강원도는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통상과 예산 편성에 적잖은 무게추를 실었다. 2017년 69억 7054만 원이던 강원도청 중국통상과 예산은 2021년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 중국통상과에 배정된 예산은 118억 5697만 원이다. 5년 사이 예산 비중이 70%가 늘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거친 뒤에도 중국통상과 예산은 증가했다. 2020년 106억 6184만 7000원 예산이 편성됐는데, 2021년엔 해당 예산이 11억 9512만 3000원 증액됐다. 이에 비해 강원도청 일본·구미주통상과 예산은 삭감됐다. 일본·구미주통상과 2020년 예산은 32억 5253만 8000원이었는데, 2021년엔 9억 1491만 9000원이 감액된 23억 3761만 9000원이 편성됐다. 전년 대비 28.12%가 감액됐다. 예산 편성에서부터 중국 투자 유치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임 이후 물밑에서부터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 유치에 있어서도 중국 자본을 우선순위로 두는 움직임이 감지됐는데, 여러 정황들이 ‘중국복합문화타운’ 사업 재조명과 더불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청은 4월 17일 알림 자료를 통해 “현재 사업 추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해당 사업은 차이나타운 조성이 아닌 양국 문화를 교류하고 체험하는 복합문화관광단지일 뿐”이라며 최근 불거지는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인민일보로부터 투자를 받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인민망 한국지사에서 사업에 참여 중이며 인민망은 직접투자자가 아닌 국내 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 주체”라고 했다.
최 지사의 ‘일대일로 발언’에 대해 강원도청은 “당시 정서로는 문제가 없는 외교적 수사일 뿐이었다”면서 “중화사상을 지지한다거나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라는 온라인 상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알린다”고 했다. 강원도는 해당 자료를 게시하며 말머리에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논란, 사실과 다른 주장들이 삽시간에 퍼진 것처럼 이번 팩트체크도 삽시간에 퍼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