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돌김(곱창김) 판매업자 A 씨의 말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곱창돌김에 사카린나트륨을 넣은 업체를 적발했다고 발표하면서 큰 공분을 샀다. A 씨는 식약처가 발표한 업체들 가운데 한 곳의 대표다.
일반적인 곱창돌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지난 2월 26일 식약처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른김 128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곱창돌김 27개 제품과 일반김 3개 제품에서 감미료인 사카린나트륨이 검출돼 해당제품에 대해 판매중단 및 회수조치를 했고 해당업체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곱창김은 우리나라 고유품종으로 추위에 약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한 달 정도만 수확하는 단맛이 특징인 고급 김이다. 일반 김에 비해 모양이 꼬불꼬불해 곱창김으로 불린다. 곱창김과 곱창돌김을 명확하게 수치로 구분하지는 않지만 곱창김에 돌김을 섞은 제품을 곱창돌김이라고 부른다. 식약처는 “사카린나트륨은 식품첨가물이지만 자연 수산물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마른김을 만드는 업체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으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김’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김은 두 부류로 구분된다. 참기름이나 소금을 바르는 조미김과 첨가물 없이 김을 씻고 말려 포장만 해서 내보내는 자연 수산물 김이다. 자연 수산물 김은 일반적인 마른김을 생각하면 된다. 규정에 따라 가공식품으로 등록하고 첨가물을 넣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연 수산물 김에는 어떠한 첨가물도 넣어선 안된다.
이어 식약처는 “사카린나트륨은 추잉껌, 절임류, 뻥튀기 등의 제조·가공 중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이번에 검출된 양(0.005~0.592g/kg)은 가공식품에 허용된 수준으로 위해평가 결과 인체 위해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위해성은 없다고 했지만 곱창돌김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최근 일요신문이 만난 곱창김 판매자 A 씨는 “사카린나트륨을 첨가하는 공정은 가공 공장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알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마른김은 양식장에서 김을 채취해서 바다 근처 제조업체에서 씻고 말려 판매 직전 상태를 만들고 판매업자가 스티커만 붙여 판매하곤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즉 수도권 인근 판매 시설에서는 김을 가공할 수도 없는데 우리가 일부러 사카린을 넣어 속여 판 업체로 호도되고 있다. 우리도 사카린이 들어간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A 씨는 곱창김 판매업체 중에 수위를 다투던 업체였다. 그런데 사카린나트륨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매출이 폭락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적발 이후 환불과 불만 전화 폭주로 업무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A 씨가 속여 팔았든, 속아 팔았든 더 이상 해당 제조업체 김을 팔 수 없게 됐다. A 씨는 제조업체를 바꿔서 곱창김 판매를 재개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사카린이 없는 곱창김을 구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A 씨는 “곱창김 중에 사카린 없는 걸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적발 이후에도 포털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고 곱창김 업체 10여 곳의 김을 무작정 사서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이렇게 성분검사를 해보고 사카린나트륨이 검출되지 않는 곳을 접촉해 납품받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든 업체의 곱창김에서 사카린나트륨이 검출된 것이다.
A 씨가 직접 성분검사를 받은 적발되지 않은 곱창돌김 업체 성분 시험성적서. 사카린나트륨이 검출됐다고 적혀 있다. 사진=A 씨 제공
김 업계에서 곱창김 열풍이 분 것은 약 3년 전부터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반 돌김에 비해 단맛이 특징이다. 김 유통 관계자는 “제조 공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맛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 대다수의 업체가 곱창김 세척 시 사카린을 넣어 자연스럽게 단맛이 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우리가 곱창김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수십여 개를 조사했을 때 50% 이상에서 사카린나트륨이 검출돼 놀랐다. 이 50%는 곱창김과 곱창돌김 등을 나누지 않고 조사한 수치다. A 씨가 말하는 소위 곱창김만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만약 일반적으로 알려진 곱창김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사카린이 나온 비율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식약처 관계자는 “다만 식약처는 판매업체들을 조사해 사카린나트륨 첨가 여부를 발표한 거고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제조업체 등에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제조업체가 판매업체를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판매업체가 선처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 씨는 “문제의 발단인 제조업체 대신 판매업체 이름만 공개한 이번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식약처는 “이들 판매업체는 생산자를 자신들 이름으로 적은 곳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발표 자료에도 생산자에 판매업체 이름을 적은 것이다”라면서 “사카린나트륨을 사용했다고 인체에 위해가 있는 건 아니다. 식약처 보도자료에도 사카린나트륨이 유해하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약처 측은 “곱창김 판매를 위해서 사카린나트륨 첨가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가공시설로 등록하고 사카린나트륨 기준을 요구하면 함량 기준치도 정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 씨는 직접 조사한 성분검사표를 식약처에도 제출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니 우리가 다시 검사해서 이들 업체도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판매업자 B 씨도 “이번 보도자료는 판매업자만 지나치게 악마화한 경향이 있다. 곱창김에 사카린 첨가가 만연해 있다는 것과 판매업자들도 속았다는 것을 꼭 정정 보도자료로 제출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김 관련 조합에서 앞으로는 사카린 첨가를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면서 “앞으로 마른김 전반에 대해서 수거,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