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임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넘게 비어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54)이 임명됐다. 사진=박은숙 기자
정부가 LH 사장에 사정 전문가인 김 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김 전 청장의 공식 취임은 다음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LH 사장에 주택정책을 총괄했던 국토부 고위 공직자 출신을 주로 임명해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도시재생 분야의 전문가인 변창흠 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사장 자리에 앉혔다. 이후 변 전 사장이 국토부 장관으로 영전하면서 후임으로 김세용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신임 LH 사장에 내정됐다. 그러나 지난달 국토부가 돌연 재추천을 결정하면서 LH 사장 임명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재추천 배경에는 지난달 LH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전문가보다는 조직 혁신을 이끌 사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투기 의혹에 휩싸인 LH 상황을 수습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밀어붙일 강단 있는 리더십 소유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마감된 LH 사장 재공모에는 김 전 청장을 포함 1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 전 청장은 경기 화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35회)에 합격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 법무과장,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지냈다. 2019년 6월부터 작년 8월까지 국세청장을 역임했다.
국세청장 재임 기간 동안에는 2만 명 규모의 조직을 이끌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 국세 행정 개혁 등 실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감찰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아 느슨해진 LH 직원들의 공직 기강을 확립하는 데 적격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장 임명 이후에는 조직 혁신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 LH 기능 조정 시급한 경영 현안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H 임직원 부동산 거래 신고·등록 및 검증 시스템 구축 등 내부 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