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지하철역 남자화장실 벽면 곳곳에는 남성들을 유혹하는 각종 유흥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불법 유통되는 발기치료제는 물론 전화방이나 키스방 등 유사성매매 업소들의 광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지하철 화장실은 은밀한 광고판인 셈이다.
이러한 전단지 사이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의 취향을 배려한 광고도 눈에 띈다. 바로 남성 출장 마사지사들의 전단지다. 항간엔 이들이 ‘이반’(동성애자)들을 위한 성매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출장 마사지를 통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남성 이반들을 상대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남성 출장 마사지사들의 변태 영업 실태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평범한 20대 청년 김 아무개 씨(29)는 작년에 겪은 황당한 경험담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당시 실업상태였기 때문에 취업이 급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마침 고액의 월급을 제공한다는 마사지사 구인광고가 나와 별다른 생각 없이 전화를 걸었다. 업주는 김 씨에게 면접을 제안했다. 김 씨가 면접을 본 장소는 업주의 아파트였다. 업주는 평범한 남성이었다.
업주는 김 씨에게 마사지 경험을 물어보더니 방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김 씨는 마사지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업주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업주는 김 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지시했고, 김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상하의를 벗었다. 곧이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업주는 면접의 일환이라며 김 씨를 침대에 눕히고 애무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깜짝 놀라 결국 업주의 아파트에서 긴급히 빠져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씨가 찾아간 곳은 남성 이반들을 상대로 하는 출장 마사지 업소였던 것이다.
기자는 지난 12월 14일 남성 출장 마사지사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부천의 한 유명 휴게텔 앞에서 이반 남성들과 접촉해 봤다. 동성애자 이 아무개 씨는 “예전에는 이반 휴게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남성 마사지사들이 상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단속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전단지를 통해 손님을 무는 출장 남성 마사지사들은 지금도 동성 간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화장실 벽면 곳곳에서 그들의 광고 스티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호선을 중심으로 남성 화장실을 돌아본 결과 30% 이상 남성 마사지사 광고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에 적힌 광고 문구는 매우 노골적이었다. ‘짜릿짜릿한 안마’ ‘매너와 화끈함’ ‘이반 대환영’ 등 동성 간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기자는 지난 15일 광고 스티커에 적힌 전화번호를 토대로 손님을 가장해 업주와 접촉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업주의 목소리는 매우 가녀렸다. 업주는 기자에게 장소를 묻고 이반 여부를 확인했다. 이반이라고 판단한 업주는 “요금은 5만 원이다. 모텔 방을 잡으면 30분 내로 마사지사를 보내주겠다. 약간의 팁을 더 주면 오럴에서부터 그 이상까지 마음만 맞으면 가능하다”며 풀 서비스를 상세히 설명했다.
업주를 통해 예약을 하고 구로구에 소재한 한 모텔 방을 잡아 남성 마사지사와 접촉해보기로 했다. 약속했던 30분을 훌쩍 넘겨 한 시간가량이 지나서야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을 열어주자 트레이닝복 차림의 김나도 씨(가명·41)가 들어왔다. 반짝이가 붙어있는 여성스러운 캡 모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고, 독특한 향수냄새를 풍겼다. 김 씨는 손사래에서부터 몸짓까지 매우 여성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기자는 양해를 구하고 김 씨를 통해 남성 출장 마사지사들의 영업행위에 대해 1시간 가까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비스의 진행에 대해 물어보니 김 씨는 여러 종류의 오일을 꺼내며 “우선 오일로 손님들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진행한다. 대부분 이반 손님들이기 때문에 마사지 서비스 곳곳에 성감대를 자극한다. 기본적인 오럴 서비스부터 마음만 맞으면 본격적인 ‘연애’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사지사를 통해 동성 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마사지사들 역시 이반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등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비스 때의 역할은 손님에게 맞춘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들 중에는 집안의 가장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 씨 역시 딸이 둘이나 있는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일반적인 남성이었다.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안 것은 목욕탕 때밀이 일을 하면서부터다. 간혹 찾아오는 이반 손님들의 스킨십이 싫지가 않았다. 결국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경력은 6개월 정도다. 우리 업소에 나 같은 40대는 7명인데 4명이 기혼 이반이다”고 전했다.
최근 남성 출장 마사지 영업은 대 호황이라고 한다. 김 씨가 약속했던 도착시간이 늦어진 것도 이러한 영업호황을 반영했다. 김 씨는 “업주 역시 이반인데 이반 전용바만 4개나 운영한다. 출장 마사지 영업으로 돈을 꽤 벌었다. 우리는 프리랜서 형태로 하루에 잘만 하면 7건도 가능하다. 5만 원 중 3만 7000원은 내 몫이고 나머지는 업주 몫이다. 운 좋으면 팁도 있으니 괜찮은 장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 같은 경우는 업주와 별도로 셋방을 얻어 단골손님을 받는다”며 개인적인 성매매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털어놨다. 이들의 성매매는 조직적인 보도방 형태와 더불어 마사지사들의 개별 영업도 병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들 업소 대부분이 조직폭력과 깊이 연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우리는 조직폭력배들의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 업주 같은 경우 경찰의 단속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이들 조직에 돈을 건넨다. 이들이 경찰에 우리 업소를 신고하면 모든 게 끝이기 때문에 업주는 일정 비용을 쓸 수밖에 없다. 간혹 이반 조직폭력배에게 성상납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성, 이성을 떠나 성매매는 당연히 성매매특별법 위반이다. 동성 전용 휴게텔이나 사우나에서 이루어지는 기존 성매매의 경우 거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이 비교적 손쉬웠다. 하지만 메뚜기식 출장 서비스의 경우 단속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김 씨는 “우리 거점은 동대문 주변이다. 정확한 위치는 알려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대화를 꺼렸다.
성매매 근절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한소리회 전보경 사무국장은 지난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동성 간 성매매 단속에는 다소 소홀한 면이 있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성을 파는 것은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다. 동성 간 성매매 역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언론에서는 풍선 효과를 운운하지만 집행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단속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