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검찰에 송치 중인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 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하다가 집까지 찾아가 피해자와 여동생,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A 씨가 게임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등 친절을 베풀자 호감을 느끼게 됐다. 김태현은 A 씨와 지인 2명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갑자기 화를 내는 등 돌발행동을 했고 이 모습을 본 일행들은 김태현과 연락을 피했다.
김태현은 지난 1월 24일 A 씨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A 씨가 지난해 12월 ‘택배를 받아야 해 게임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함께 보낸 택배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을 받은 적이 있어 이미 피해자의 주소를 알고 있었다.
A 씨는 당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김태현에게 보냈다. 하지만 김태현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등으로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욕설과 함께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봐” 등의 위협적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A 씨는 전화번호를 바꿨고, 김태현은 반감을 느껴 지난 3월 23일 살인을 저질렀다.
김태현이 검거된 뒤 그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라는 의심이 제기됐지만 통합심리분석 결과 그런 심신장애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순식간에 강렬한 분노감에 휩싸이는 성향을 보였다. 또 과도한 집착, 피해의식적 사고, 보복심리 등을 갖고 있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현의 범행은 우발적인 연속살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는 며칠 동안 범행 도구를 준비하면서 구매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자신의 집과 A 씨 집 근처에서 각각 청테이프와 과도를 훔쳤다. 또 상품 배달을 가장해 A 씨 집에 침입했다. 김태현은 범행 4일 전 A 씨의 동선을 파악했고 범행 전날에는 자신의 휴대폰 대화 내역과 연락처 등을 삭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를 범행 행적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검찰 관계자는 “초동 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