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차에 채운 족쇄./사진=수원시
[일요신문] 지난 19일 오전 6시께 성남 판교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 수원시 징수과 직원이 나타났다. 이 직원은 주차된 차들의 번호를 확인한 후 한 수입차의 앞바퀴에 족쇄(바퀴 잠금장치)를 채웠다. 족쇄를 채운 차는 이른바 ‘대포차’였다.
수원시가 1일부터 23일까지 대포차 12대를 강제로 견인한 후 공매 처분하고, 자동차세 체납액 등 2000여만 원을 징수했다.
대포차는 자동차를 매매할 때 명의이전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자동차등록원부상의 소유자와 실제 차량운행자가 다른 불법차량을 일컫는 용어다. 대포차는 적법한 매매 절차 없이 헐값으로 사고파는 경우가 많은데 음성적으로 거래돼 범죄 등 불법행위에 이용될 위험이 크다.
4월 한시적으로 ‘대포차 단속 기간’을 운영한 시는 5월부터 ‘대포차 일제단속’을 추진해 대대적으로 대포차를 단속하고 공매 처분할 예정이다.
대포차 단속은 주로 출근 시간 전인 이른 아침에 이뤄진다. 담당 직원이 예고 없이 ‘대포차 점유자’ 거주지로 찾아가 주차된 차량 바퀴에 족쇄를 채우고, ‘지방세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재산’이라는 문구와 단속 담당자 연락처가 적힌 노란 스티커를 붙여놓는다.
잠복하고 있던 담당 직원은 ‘대포차 점유자’가 나타나면 ‘단속 대상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차 키를 받는다. 차 키를 건네기 전까지 족쇄는 풀지 않는다. 압류한 차량은 공매 처분해 체납액을 징수한다.
수원시에서 지방세(자동차세)를 체납한 사람이 지방에서 대포차를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징수과 담당자는 대포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서울·대구·창원 등 전국으로 출장을 다녔다.
4월 단속한 대포차는 대부분 고가의 수입차다. 4대는 공매 절차가 완료됐으며 8대는 진행 중이다. 모든 단속 차량의 공매를 마치면 체납액 징수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이 있는 자동차가 자신도 모르게 대포차로 유통됐지만, 차량 행방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던 김모씨(천안시 거주)는 이번 단속 덕분에 차를 찾았다.
김씨는 “지금 형편이 무척 어려운데, 운행하지도 않는 차량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기준 요건에 미달돼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수원시의 도움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수원시 징수과 관계자는 “5월부터 대포차 단속을 확대해 체납액을 더 적극적으로 징수하겠다”며 “또 자동차 관리법을 위반한 자는 처벌을 강화해 각종 차량 관련 범죄와 체납을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