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륜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 <사랑의 유형지>. 최근 일본에선 불륜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
불륜은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시장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인 듯하다. 일본 격주간지 <사피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불륜 비즈니스 시장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500조 엔(약 6800조 원) 중 무려 4조 엔(약 54조 원), 즉 1% 가까이 차지할 정도다. 불황이 되면 불륜이 늘어나고 불륜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꽃을 피운다는 속설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 호기를 잡아 한몫 챙기려고 하는 각양각색의 불륜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블랙메일(black mail·‘공갈’이라는 뜻) 대행업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배우자 또는 연인이 현재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지 혹은 앞으로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지를 조사한다. 블랙메일 대행업은 의뢰자의 배우자에게 유혹 메일을 보내거나 업자가 직접 나서서 배우자가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타입인가 아닌가를 확인해 주는 서비스다.
의뢰받은 대상자에게 문자를 보내 어느 정도 인간관계를 쌓은 다음 대상자에게서 받은 문자를 전부 의뢰자에게 보내준다. 미행이나 탐정까지 붙여 조사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이 자주 이용한다. 요금은 문자나 메일 건당으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불륜 조사업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더 성황이라고 한다.
31세의 한 주부는 남편이 휴대전화를 밤낮으로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불륜을 의심했다. 그녀는 업자를 통해 남편이 애용하는 휴대전화용 만남 사이트에 가입한 뒤 남편이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인 것처럼 회원 등록을 마쳤다. 그러자 남편은 자기 부인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했다. 그 후 이 주부는 시댁에 그 증거를 보이고 위자료를 챙겨 받고 이혼했다고 한다.
아내를 시험해 보고 싶은 27세의 남편은 블랙메일 대행업자를 자신의 먼 친구로 소개했다. 블랙메일 대행업자에게 아내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게끔 의뢰했는데, 업자의 열렬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끄떡없어서 ‘안심했다’고 한다. 업자 측은 “유혹에 넘어가면 이를 계기로 부부관계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안 넘어가면 부부간 믿음이 더 강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메일 대행업이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이를 위한 서비스라면, 불륜 당사자를 위한 서비스도 있다. 일명 ‘알리바이 회사’다. 불륜을 들키지 않도록 친구처럼 말을 맞추고 불륜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증거를 만들거나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애인과 단둘이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회사 관계자나 동료로 위장해 회사 세미나가 있다고 거짓말을 해준다. 애인과 술을 마실 때나 같이 있어 문자를 하기 어려울 때는 타이밍을 잘 맞춰 배우자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친구처럼 전화해 준다.
물론 전후 준비도 철저하다. 불륜 당사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 가짜로 회사 행사 초대장이나 청첩장을 만들어 집으로 미리 보내놓는다. 또 배우자가 전화를 걸으면 잘 받을 수 있도록 여행지 호텔의 접수처처럼 전화를 받는다. 호텔, 모텔 등 불륜으로 의심을 받을 만한 장소에서 끊은 카드 영수증 대신 적절한 영수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알리바이 회사는 처음 회원 가입비와 한 달 회비가 각기 5000엔(약 6만 8000원)이다. 남성 회원의 경우는 가입비, 회비가 좀 더 비싼 7000엔(약 9만 5000원)이다.
알리바이 회사는 이런 불륜 감추기 서비스만이 아니라, 다양한 거짓말 서비스도 한다. 연인과 밤새 놀고 싶은데 친구인 척 부모한테 전화를 하거나, 회사를 하루 쉬고 싶을 때 아프다며 가족인 척 전화를 해주기도 한다. 가족이나 연인, 배우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한 급여명세서도 만든다. 성인용품이나 야한 비디오를 자택 대신 받아주는 이색 서비스도 한다.
불륜 상담 전문 점집도 성업 중이다. 자신이나 배우자의 불륜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게 껄끄러운 이에게 전화로 상담을 해준다. 통화료를 포함해 1분당 210엔(약 2800원)의 요금을 받는다. 20분 이상 길게 통화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불륜 대상이 기혼자일 경우 상대 배우자와 헤어질 수 있게끔 해주는 이별 공작 서비스도 있다. 목표가 있는 만큼 요금도 가장 비싼 편인데, 사전 계획비가 6만 엔(약 82만 원), 이별 공작 기본요금이 40만 엔(약 547만 원)이나 든다. 성공 보수금은 따로 받는다고 한다.
예전에 사귀었던 전 애인을 되찾고 싶어 전 애인이 현재 교제 중인 사람과 헤어지게 할 경우는 조사 기간에 따라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한다. 이 서비스는 ‘타깃 확정 조사’라 불리는데, 의뢰자가 전 애인에 대한 현재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비용이 덜 든다. 만일 전 애인이 멀리 떨어진 곳에 산다면, 현지 교통비 및 숙박비를 지불해야 한다.
기존의 불륜조사 탐정 서비스도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원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조사원 1명, 경비 1명을 의뢰할 경우 2일간 사진 값, 교통비 포함해 10만 4500엔(약 143만 원)이 든다. 비용은 꽤 들지만 사진이 정교하고 분명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스토커 등이 있을 경우 사진을 잘 찍어 두었다가 경찰에 신고하도록 조처한다고 한다.
기존 불륜 탐정업에서 쓰는 카메라도 정밀해졌다. 180만 엔(약 2400만 원)에 달하는 적외선대구경렌즈를 써서 심야 500m에서도 촬영가능하다고 한다. 9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카섹스도 찍을 수 있다. 또 변장술도 늘어 골프장에는 골프 옷차림, 사무실 밀집지역에는 양복을 준비해놓고 간다. 도심에서는 뒤를 밟을 때 꼭 창이 짙게 코팅된 승용차나 봉고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도 많다.
남자의 바람기를 잡는 내용의 휴대폰 게임 및 어플리케이션 <가택수사-바람 잡기 게임>과 버전업된 <이 녀석들 모두 바람피우고 있어요, Evidence> 등도 나왔다. <가택 수사 게임>은 현재 무료 게임으로 데이터 통신료만 받고 있지만 <Evidence>는 한 게임당 105엔(약 1400원)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Evidence>에는 무려 120가지 남자 아바타 캐릭터가 나온다. 그중 여자 아바타가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 귀여운지, 안경을 꼈는지, 근육이 있는지 등의 외모와 사장, 회사원, 학생, 요리사, 미용사, 호스트 등의 직업과 혈액형, 별자리, 연령을 선택하면, 120가지 아바타 중 하나가 나온다. 그 후 그 남자 집이나 직장에 가서 머리카락, 립스틱이 묻은 컵, 귀걸이 등 바람 피우는 증거를 찾아내거나 남자의 행동과 대화를 분석한다. 대개는 남자 아바타의 바람이 들켜 결국 연애가 끝나는 결말이다. 지난 2009년 12월에 나와 올해 여성 회원의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