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서민갑부’
단순히 우유만 납품해오던 이곳에 새 바람이 분 건 10여 년 전 길식 씨와 말연 씨 부부가 남는 우유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부터였다. 부부는 낙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배워온 기술을 접목해 요구르트와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부부가 특별하게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소들의 환경이었다.
그 이유는 좋은 유제품은 좋은 우유에서 나온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매일 축사 청소는 물론 특급 사료와 클래식을 들려주는 등 안정을 돕는 힐링 서비스까지 한다. 여기에 소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에 다툼이 없도록 구역별로 나눴다.
또 매일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 벌써 30년째 꼬박꼬박 적어온 일지에는 그동안 있었던 일과 소의 상태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덕분에 이제는 소 울음소리만 듣고도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렇듯 철저한 관리체계를 갖춘 건 예기치 않게 찾아온 불행 때문이었다. 소들이 악명 높았던 브루셀라라는 전염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자식 같던 소를 떠나보내고 심적으로 괴로웠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던 부부는 돌 반지며 농기계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3년 전 믿고 있던 업체가 부도를 맞으며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시설 증설을 위한 투자 비용만 4억 원이었고 받지 못한 대금만 3억 원이 넘었다.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으며 소가 경매로 넘어가야 하는 위기를 맞았는데 그때 목장을 일으켜 세운 건 바로 딸 혜화 씨였다. 플리마켓과 카페 등 직접 발로 뛰며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10곳 남짓하던 거래처가 100여 곳으로 늘어나며 3년 만에 매출도 3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이처럼 아픈 시련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지금의 갑부 대열에 오를 수 있게 되었는데 1억 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을 9억 원으로 끌어올린 유쾌한 목장 가족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