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하라의 자택에 침입해 금고를 훔쳐 달아난 범인이 끝내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2020년 1월 구하라의 자택에서 개인금고가 도난당한 사건을 ‘미제 편철’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제 편철이란 경찰이 피의자 특정 등 수사 실마리를 잡지 못했을 때 사건을 공소시효 만료까지 잠정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은 지난 2020년 12월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 현장 감식, 자택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모두 확인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구하라의 자택에 침입한 범인은 남자로 추정된다.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CCTV를 피해 자택으로 들어간 범인은 현관 비밀번호와 구하라가 생전 개인 금고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구하라의 유족과 친구들은 범인이 면식범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범인은 유족들이 변경하기 이전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인물로, 범행 당시엔 이 같은 이전 비밀번호로 침입하려다 실패한 뒤 경로를 바꾼 것으로도 확인됐다.
도난 당한 금고는 생전 구하라가 중요한 서류 등을 넣어 보관해 온 개인금고다. 도난 직전까지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으나 범인이 다른 금품 외에 금고 만을 집어 달아났다는 점에서 구하라와 관련된 사건의 물품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인의 오빠 구호인 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20년 3월 경찰에 신고했으나 결국 1년 가까이 어떤 성과도 얻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사건이 벌어진 이후 2개월이 지나 진정서를 접수했기 때문에 주변 CCTV 기록이 삭제된 상황이다. 추가로 단서가 나와야 추가 수사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