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는 26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서울 소재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간편결제 카카오페이 가장 먼저 증시 입성하나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카카오에서 분사해 출범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로 시작해 증권투자·보험·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확장 중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지난해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하고 올해는 국내외 주식매매를 위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3600만 명을 돌파했고, 거래액은 지난해 67조 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수익은 전년(1411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2456억 원을, 순이익도 172억 원 손실을 내며 전년(625억 손실) 대비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보다 카카오페이의 상장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국내 핀테크업체의 첫 상장이자 카카오 계열사 중에는 카카오게임즈에 이은 두 번째 상장사가 된다. 앞서서 상장을 준비한 다른 계열사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실제 상장은 빨리 되는 셈.
2019년 일찍이 상장 주관사들을 선정하고 초기 실사를 마친 카카오페이지와 4월 15일 상장예비신청을 한 카카오뱅크보다 카카오페이의 상장이 먼저 될 것이라고 점치는 배경은 우선 최근 상장 관련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암호화폐 열풍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카카오페이의 성장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여신과 수신뿐인데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와 송금 말고 아직 들어올 것이 많다”면서 “펀드상품을 추천하거나 카카오가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지분을 갖고 있으니 카카오페이 내 가상자산 거래 관련 서비스를 집어넣는 등 성장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결국 카카오뱅크의 몸값을 올리는 효과도 기대를 할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업 초기 진입 단계이고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공개(IPO·상장)에서 높은 몸값을 기록하면 보다 덩치가 큰 카카오뱅크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먼저 기업공개 절차를 밟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뱅크를 앞서 카카오페이가 상장에 속도를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오피스 입구. 사진=일요신문DB
#최소 10조, 최대 18조? 기업가치 거품 논란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사업자 중 최초로 상장에 나선다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 다른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최소 8조~10조 원 안팎으로 인정받고 있고 시장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핀테크사는 금융사보다 규제를 덜 받고 커머스가 커가면서 결제액도 늘고 있으니 향후 전망도 좋다”고 평가했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거래액은 67조 원, 올해는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 측은 상장 시 기업 가치를 최대 16조 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2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공모 예정가 7만 3700~9만 6300원, 공모 예정 금액 1조 4740억~1조 9260억 원, 상장 예정 주식 수 1억 3336만 7125주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카카오페이의 예상 기업가치는 9조 8292억~12조 8433억 원이다. 공모가를 20~40% 할인해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는 총 16조 원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공모가는 상장 예심에 통과한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밝히는데 카카오페이는 예심 청구 서류를 공시채널에 올리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금액을 적시했다. 현재는 수치가 삭제된 상태로 예비 심사 과정을 거쳐 수정될 수 있으나, 카카오 측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이 어느 수준인지는 짐작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의 높은 성장성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진 사업 초기 시작 단계로, 장밋빛 청사진만 기대어 가치평가가 될 경우 가격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할 경우 상장 직후 주가 급락에 손실을 볼 수 있어 투자자의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의 또 다른 연구원은 “고평가 관련 부분이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이라며 “간편결제로 시작해 증권종합금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에 잠재력은 높다. 다만 그런 사업적 기대감이 과도하게 선 반영돼 밸류에이션을 형성하면 고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 직후에는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에 상장 후 들어가는 것보다는 공모주를 어떻게든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