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는 주력 사업인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에서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카카오 제공
#다시 촉발된 카카오와 택시업계 갈등
지난 4월 21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공정위에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진정서의 골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 멤버십 출시가 부당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같은 달 7일에는 국토부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독점에 대한 대책 수립과 함께 일방적인 택시 호출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법령 정비 촉구 등을 담은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 국회, 청와대,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유료화 반대 1인 시위도 나서고 있다.
택시 4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협의 없이 기존 무료로 제공되던 호출서비스를 유료화로 전환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거래행위”라며 “지난해 서울시 중형택시 기준 한 달 평균 수입이 약 270만 원인데, 그중 9만 9000원을 부담하라는 건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화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월 9만 9000원짜리 정액 상품 ‘프로 멤버십’을 출시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원하는 목적지 콜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목적지 부스터’, 콜 수요가 많은 곳을 알려주는 지도, 단골 손님 관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의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는 독점 구도 속에서 반강제로 멤버십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 멤버십이 출시된 지 사흘 만에 선착순 2만 명 가입이 마감됐다. 현재는 제한 없이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
택시 4단체는 “4월 8일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여객자동차 플랫폼운송중개사업은 운송플랫폼 이용자에게 이용에 따른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면 이용자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프로 멤버십’을 통해 그 부담을 택시 기사들에게 전가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월 13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 유료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유료 멤버십 서비스는 카카오T블루를 비롯한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주고, 자사 외의 앱 이용을 금지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카카오가 택시 호출 플랫폼 업계를 독점해 유료화와 요금 인상의 수순을 밟고 있어 택시업계 종사자와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택시 4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배차를 몰아준다는 의혹 관련해서 공정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KM솔루션 등에 대해 현장조사에 들어갔고, 서류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경기도는 카카오택시 배차 몰아주기 관련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카카오T블루의 운영 전후를 비교 조사한 결과, 카카오T블루가 운영되는 지역에선 개인택시의 평균 콜 건수와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운영 지역에선 콜 건수가 별 차이가 없었고, 매출액이 되레 증가했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국회 앞에서 삭발식 및 시위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에 갑질 횡포 근절을 촉구했다. 사진=택시4단체 제공
#내년 IPO 성공하려면 흑자 전환 필수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 확대에 성공했지만, 적자폭을 줄이진 못했다. 2015년 3월 택시 호출 플랫폼을 시작한 카카오는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로 사업부를 분사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2018년 카풀 금지법, 2019년 타다금지법 등이 제정되면서 수익화 추진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카카오모빌리티는 3864억 원의 매출을 내는 가운데 88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익화는 상장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미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흑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수익화 모델을 구축해야 상장 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T 앱에 가입한 택시 기사 23만 명이 모두 멤버십에 가입하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누적 적자가 약 5조 원에 달하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서고 적자 폭을 상쇄하면서 사업의 수익화 모델을 증명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시장 경쟁이 치열한 쿠팡보다 이미 시장을 독점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화 모델만 구축한다면 기업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 12월 선보인 서비스 카카오T블루는 지난해 말 기준 가맹택시를 1만 6000대까지 늘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 관제 기술, 재무·회계 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법인·개인택시의 수익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에 힘입은 카카오T블루 운영사 KM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약 38배 늘어난 141억 원을 기록했다. 11억 원 적자에서 24억 원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비가맹택시를 대상으로도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마카롱택시, 타다, 우버 등 국내 가맹택시 주요 사업자들에게 카카오T 앱에 뜨는 콜을 받으려면 수수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정식 가맹을 맺고 수수료를 내는 자회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에는 택시기사용 카카오T 앱에 타 브랜드 택시가 카카오T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제보하라는 공지를 올리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투자금을 확보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칼라일에서 2199억 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3월에도 구글에서 56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는 택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는 딜카(렌터카)와 반려동물 택시 사업자 ‘펫미업’을 인수했다. 올해 코엑스에 이어 에버랜드까지 확대한 주차장 위탁운영 사업에서는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진입이 제한된 중고차 시장은 중고차 업체 케이카와 제휴해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상장할 때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지닌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보다 신사업에 대한 지배력도 금세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