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위기에 빠진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최전선에서 뒷받침할 청와대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의 존재감이 낮아지면서 여권 위기론을 짓누르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유영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5년 단임제 특성상 임기 말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전임 청와대 3실장(비서실장 노영민·정책실장 김상조·국가안보실장 정의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의 가장 큰 차이는 ‘내부 장악력’이라는 평가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노영민 전 비서실장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재임 내내 당청 군기반장으로 통했다.
하지만 유영민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의중을 파악하는 메신저 역할에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로 정치권이 들끓었던 지난 2월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검찰 개혁의 속도 조절이 대통령 의중”이라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이었던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유 실장은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은 아니다”라고 곧바로 후퇴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유 실장 지역구인 부산 해운갑에 새 위원장을 선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 실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호승 정책실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는 당청이 밀어붙였던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꼼수를 부리다가 불명예 퇴진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후임자다. 그가 정책 컨트롤타워로 발탁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여권 안팎에선 “인사의 급박성 탓에 내부 승진한 케이스”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실장은 4월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부동산값 상승은)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임대차 3법으로) 주거 안정성을 드렸다”라고 말하면서 정부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메시지 전달력도 문제로 꼽힌다. 그는 데뷔전 이후 공식 브리핑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서 이 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2019년 10월 13일 탄력근로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을 언급, “없어지는 직업”이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전임자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못지않게 중량감은 있지만, 외교안보 이슈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존재감이 낮아진 케이스다. 다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는다면, 특사 등의 역할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3실장이 안 보이는 사이, 수석들의 존재감은 한층 높아졌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물밑에서 언론 소통 및 기업 소통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발탁된 이철희 정무수석은 4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의 협치 오찬을 기획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철희 수석의 기획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