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1일부터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통지하겠다고 29일 밝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 8개 기업집단이 신규로 지정됐다. 중앙·반도홀딩스·아이에스지주는 주식 등 자산가치 증가, 쿠팡은 매출액 증가, 엠디엠은 회사 인수, 대방건설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사업이익이 증가해 자산 5조 원을 넘겼다. KG는 완전 모자회사간 합병으로 회계상 자산총액이 감소해 신규로 지정된 지 1년 만에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40개 집단(소속회사 1742개)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추가 규제를 받는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및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셀트리온, 네이버, 넥슨, 넷마블, 호반건설, SM, DB 등 7곳이 신규 지정됐다. 대우건설은 자산 감소로 제외됐다.
코로나19 및 자산가격 급등으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증가했지만, 경영실적은 악화됐다. 자산총액은 160조 3000억 원 증가해 2336조 4000억 원, 매출액은 57조 1000억 원 감소한 1344조 5000억 원, 당기순이익은 4조 5000억 원 감소한 43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약・IT 기업집단이 급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주식가치 상승, 주식 출자를 통한 회사 설립, 매출・당기순이익 증가로 자산총액이 8조 8000억 원에서 14조 9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카카오는 14조 2000억 원에서 19조 9000억 원, 네이버는 9조 5000억 원에서 13조 6000억 원, 넥슨은 9조 5000억 원에서 12조 원, 넷마블은 8조 3000억 원에서 10조 7000억 원으로 자산총액이 증가했다.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집단도 셀트리온(45위→24위), 네이버(41위→27위), 넷마블(47위→36위) 순이다.
자산총액 기준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간 격차는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전체 기업집단(71개) 대비 상위 5개 기업집단 자산총액 비중은 51.9%에 달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찾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김범석 쿠팡 의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일인(총수) 지정에선 큰 변화가 있었다. 동일인은 사익편취규제 등 경제력집중 규제 관련해 최종 책임자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했다. 명예회장들이 보유한 주력회사 지분의 의결권을 회장들에게 포괄 위임한 점과 회장들이 취임한 이후 임원 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 특히 조현준 회장은 지주회사 (주)효성의 최다출자자이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김범석 쿠팡 의장은 총수(동일인)로 지정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김범석(미국인) 창업자가 미국법인 ‘Coupang, Inc.’을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면서도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주)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수출입은행이 최다출자자(26.4%)인 점을 감안해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그 외 신규지정 집단은 최다출자자 또는 최고경영자인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지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및 개선을 추진해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규제의 현실적합성・투명성・예측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