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무슬림과 주민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슬람 유학생 등은 종교의 다원성·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 달라며 사원 건립을 주장하는 한편, 반대 주민은 무슬림에 대한 그간의 피해 상황과 함께 공포심를 드러내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29일 오전 대구 북구청과 경찰서 앞에선 양측간의 기자회견이 각각 열리며 대립각을 세웠다.
# 국민주권행동 대구지부 “무슬림은 극단적인 테러리즘”
29일 오전 10시께 대구 북부경찰서 앞에서 국민주권행동 대구지부 등 15곳 단체 50여명이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국민주권행동 대구지부’ 외 15곳의 단체다.
이날 오전 10시께 대구 북부경찰서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단체 50여 명이 모여 ‘이슬람 사원 건축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유학생들의 고달픈 삶을 달래주는 순수한 종교활동이라 여기고 7년간 소음과 음식 냄새를 참아왔다”며 무슬림의 하루 5회 기도회, 매주 금요일 예배, 라마단 등의 종교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슬람사원의 건물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종교시설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거밀집 지역에 종교부지가 서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주민들의 의견청취 없이 건축허가를 낸 북구청에 대해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 측들이 북부경찰서에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특히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을 위한 기부금 모집은 불법이라며 ‘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또 덴마크의 ‘이슬람 사원 자금 조달 금지법’을 언급하며 무슬림 중 극단적 원리주의자로 인한 사회적 혼란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슬람사원 건축 허가 취소와 함께 ▲기부금품법 위반 수사 ▲주민 청취 없는 구청의 졸속행정 규탄 ▲시민의 생존권·재산권·행복추구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교회 관계자라 밝힌 A씨는 “작년에는 신천지가 엄청 큰 사고를 쳤다. 그런데 이 지역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선다고 한다. 이슬람은 알라를 모욕하면 말만 하는 것이 아닌 테러로 실행에 옮기는 집단”이라며 “일부 국가에선 군대동원에서 이슬람 막는다는데, 10년만 지나서 봐라. 대구시 북구청 일반 공무원이 왜 허가해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냐”고 말했다.
# 경북대 민주화 교수협 “교회·성당이었다면 공사 중단 안 했을 것”
29일 오전 11시께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유학생과 경북대학교 소속 교수, 인권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11시께 대구 북구청 앞에선 경북대학교민주화교수협의회, 대구경실련 등 16곳 단체가 모여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건축 반대 측과의 충돌을 우려한 듯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진행됐다.
이들은 주민들의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가 생활상 불편보다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일부 종교단체의 편협한 혐오 때문이라고 했다.
또 공사를 중단시킨 북구청에 대해 대구 전역에서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불합리한 차별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함께 지자체 조례로 시행되는 다문화정책에도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들은 “이슬람사원 건립을 추진하는 이들은 대부분 경북대 소속 이슬람 유학생과 연구자이며 이들 중 일부는 아이를 키우는 주민”이라며 “이슬람 신도도 한국사회의 주민이나 시민이며 헌법이 부여한 시민권을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근 교회들의 부흥회나 통성기도 등도 소음을 유발하지만 이를 용인한다. 이슬람의 예배 소음만 문제를 삼고 음식 냄새 등을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해외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사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세요” 중학생 2학년 무슬림 학생이 대현동 주민들에게 쓴 편지.
인권·시민단체들은 종교의 다원성·문화 다양성에 반해 헌법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훼손한 대구 북구청에 대한 규탄과 함께 ▲이슬람사원 공사 중단 재개 승인 ▲공정한 행정, 차별 금하는 보편적 인권행정 구현을 주장했다.
한편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9월 대구 북구청이 대현동 경북대 인근 주택가에 모스크 건축을 허가하면서부터다. 첫 공사에선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 2월 철골 구조물이 모스크 외형으로 드러나면서 주민의 민원이 시작됐다.
현재 건축물은 주민들의 민원으로 공사가 중단된 지 2달이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 공사 중지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공사가 언제 재개될 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다.
관할 구청은 사원 건축주와 주민들간의 중재에 나섰지만 확연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사원 건립을 두고 북구청과 대구시의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중재를 위한 회의 일정 등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