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밥이 되어라
김혜옥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잘못 본거지. 봤잖아 너도. 정신 오락가락하는 술주정뱅이야. 낮부터 술 취해서 아무나 붙잡고 헛소리 하지”라고 변명했다.
그날 김혜옥은 이루(성찬)을 불러 “식당도 그만두고 집에 가서 너희 아버지나 지켜. 내 말 알아들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루는 “그렇게 못 합니다. 이제 고모님이 시키는 일 안 합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라고 말했다.
김혜옥은 “미안하지만 그땐 그 방법 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어. 그렇게 살기 싫었으니까. 구질구질한 가난,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서로서로 이용하고 으르렁 거리게 만드는게 가난이야. 아주 비참한거다. 그리고 나 혼자 한 짓 아니다. 너희 할머니가, 내 모친이 나보고 버티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안되면 돈이라도 받고 애를 내주자고 했어. 그때 나 21살이었다.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어떻게 시집도 안간 딸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하니. 그게 가난이야. 가난이 뭔지 알고 까부니? 먹고 살만하니 양심의 가책을 느껴?”라고 소리쳤다.
이루는 “문제는 그때 어떤 일을 했느냐가 아닙니다.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그게 문제라구요. 고모님 아직도 인간의 탈을 쓰고 할짓 못할 짓 구분도 못할 만큼 가난에 시달리냐구요. 지금 고모님이 하는 짓은 가난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러운 욕심과 욕망 때문이잖아요?”라고 말했지만 김혜옥은 전혀 이를 듣지 않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