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인 관계이던 김정현과 서예지가 나눈 사적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고 20여 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당시 김정현이 주연을 맡은 MBC 드라마 ‘시간’에서 중도 하차한 이유가 “촬영 현장에서 딱딱하게 굴라”고 요구한 서예지의 ‘조종’ 때문으로 드러난 충격파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새로운 소속사와 손잡고 도약을 준비하던 김정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서예지 역시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던 드라마에서 하차한 것은 물론 과거 출연한 작품을 통한 해외 진출 기회까지 가로막혔다. 작품 참여는 물론 연예계 활동 역시 장기간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서예지가 김수현과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부가사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돼왔지만 서예지의 ‘조종’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현장 스틸
#‘자충수’ 김정현…논란의 본질 소속사 갈등 어떻게?
김정현이 촉발한 이번 논란은 ‘서예지의 조종 스캔들’로 비화됐지만 본질은 김정현과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오앤) 사이에 벌어진 전속계약 분쟁이다. 김정현이 ‘시간’ 출연 당시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한 이후 한동안 연기 활동을 중단한 만큼 오앤은 “전속계약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속계약서에 명시한 대로 김정현의 귀책사유가 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존 기간에서 11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정현은 당초 계약대로 5월 초 전속 기간 종료를 요구하면서 맞서왔다. 김정현은 오앤과 이견을 거듭하면서 내용증명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지혜와의 열애설’, ‘서예지의 조종설’ 등 각종 스캔들에 잇따라 휘말렸다.
현재 오앤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에 김정현과의 전속계약 분쟁에 대한 조정을 신청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소속 배우와의 갈등에 중재와 해결 방안을 요청한 셈이지만 사실상 명쾌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연매협 측의 설명이다.
연매협의 한 관계자는 분쟁 조정 신청이 이뤄진 사안인 만큼 말을 아끼면서도 “논의가 이뤄졌지만 상벌위원회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며 “13명의 이사진 가운데 절반의 동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기존 상벌위처럼 진행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오앤 역시 김정현과의 갈등을 해결해달라는 내용으로 연매협에 분쟁 조정을 신청함으로써 이를 공론화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뒤 이렇다 할 입장이나 추가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연예계 내부에서 “오앤의 언론플레이가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분쟁의 여지를 안고 소속사 이적을 위한 물밑 작업해온 김정현만 갈 곳 잃은 신세가 됐다.
실제로 김정현은 열애설 상대이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호흡을 맞춘 서지혜의 소개로 그의 소속사 문화창고로 이적을 준비해왔지만 현재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김정현은 이번 논란에 대한 사과문에서 “불미스럽게 언급된 문화창고에도 죄송하다”고 밝힘으로써 이적이 불발됐음을 스스로 알렸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논란이 일파만파 확장되는 상황에서 어느 매니지먼트사라고 해도 김정현을 받아들이기에는 큰 부담이 따를 것”이라며 “오앤과 풀어야 할 전속계약 잔여기간 이슈가 남아 있어 공백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드라마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 부재가 제작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현 역시 일본 한류 열풍의 중심인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인 만큼 일본 한류 팬의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있다. 사진=tvN ‘사랑의 불시착’ 현장 스틸
#‘한류 찬물’ 서예지…주연작 해외 진출 가로막아
서예지가 자초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과거 스캔들로만 그치지 않고 그 여파가 또 다른 작품과 그에 연관된 제작진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배우 개인의 어긋난 행동의 파장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는지 몸소 증명하는 모양새다.
먼저 서예지가 주연을 맡기로 했던 OCN 드라마 ‘아일랜드’는 촬영을 연기했다. 서예지가 하차했기 때문이다.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되는 ‘아일랜드’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악귀에 맞선 퇴마사들의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배우 김남길이 주연을 맡은 올해 안방극장 기대작이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휘말린 희대의 스캔들로 인해 주인공을 다시 찾는 처지에 놓이면서 드라마 제작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동시에 서예지는 일본에서 다시 시작된 한류 열풍에도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지난해 서예지가 김수현과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부가사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돼왔지만 서예지의 ‘조종’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워낙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논란이고, 서예지의 상대역인 김수현이 일본에서도 인기 한류스타여서 현지에서 더 크게 화제가 됐다”며 “일본 현지 업체들은 한류 드라마 팬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기에 정서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예지의 스캔들은 한국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일본 매체에서도 주목했다. 최근 일본의 아침 시사교양프로그램 아사히TV ‘모닝쇼’와 니혼TV의 ‘슷키리’에서는 서예지와 김정현의 ‘조종’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들 프로그램은 서예지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연기한 사이코틱한 동화작가 역할에도 주목했다.
특히 ‘모닝쇼’에 출연한 한 패널은 방송에서 “드라마에서 연기한 사이코가 연기가 아닌 실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 김정현 역시 일본 한류 열풍의 중심인 ‘사랑의 불시착’의 주인공인 만큼 일본 한류 팬의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