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한일’(閑日 한가한 날)(33x53cm 캔버스에 유채 1950년대) 제공=양구군청
[양구=일요신문]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을 앞두고 특별작품 18점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4년 10월 당시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었던 홍라희 여사가 박수근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귀한 인연을 맺어 오던 중 故 이건희 회장의 뜻과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 그의 가족을 대표해 작품들을 기증한 것이다.
박수근 선생은 가난한 서민의 삶을 소재로 서양화 기법을 통해 우리 민족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소박한 아름다움을 구현한 서민 화가이자 20세기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기증된 유화 작품들은‘아기 업은 소녀’(1962년),‘농악’(1964년), ‘한일’(閑日, 1950년대), ‘마을풍경’(1963년)으로 주요 소재별 유형의 유화 작품들이라 기증의 의미가 크다.
특히‘한일’(閑日, 한가한 날) 작품은 박수근 선생이 1959년 제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추천작가로 출품했던 작품이며, 해외에 반출되었다가 2003년 3월 24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귀한 작품이다.
또한, 박수근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 소재 중 하나인‘아기 업은 소녀’ 시리즈는 경매에 잘 출품되지 않는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살 수 없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아기 업은 소녀가 뒷모습이나 측면의 모습이지만 이번‘아기 업은 소녀’는 온화하고 푸근하며 넉넉한 표정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농악’작품은 1965년 10월 6일~10월 10일에 서울 중앙공보관에서 개최된 박수근 유작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1965년 이후 소장처 확인이 어려워 그동안 슬라이드를 통해서만 알려져 왔다.
기증된 드로잉(소묘(素描), 선으로 그리는 회화)작품으로는‘나무와 여인’(1958년),‘나무와 소녀’(1950년대),‘마을풍경’(1954년),‘지게꾼’(1950년대) 등 주로 전쟁 이후의 삶을 힘들게 살아내는 서민들의 일상과 풍경을 노상에서 스케치한 작품들이다.
박수근 작품의 형식적 가치는 ‘유화의 독보적인 기법’과 ‘드로잉 선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박수근미술관에서 수집한 드로잉 98점과 이번에 기증받은 14점의 드로잉으로 박수근미술관은 드로잉 전문미술관에 버금가는 소장품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2002년 박수근 선생의 생가에 건립된 미술관은 작가의 소박한 삶과 작품세계를 연구하고 이를 전시, 교육, 출판사업 등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으며, 역량 있는 작가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기증의 의미와 작품의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박수근 56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그동안 연구, 조사, 수집한 자료와 함께 10월 17일까지 사전관람예약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유인선 강원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