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박은숙 기자
‘테티스 11호’는 소수 가입자에게 유난히 특수한 어드밴티지를 제공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상품은 라임자산운용이 가입자와 판매보수율 및 환매 가능 조건 등을 직접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다. 테티스 11호의 특수한 어드밴티지는 수수료율과 환매 기간에 있었다.
테티스 11호 판매보수율은 0.04%였다. 테티스 6호 등 다른 상품의 판매보수율이 1%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수료율이다. 테티스 11호는 환매 신청도 매일 가능했다. 다른 상품들은 매월 20일에만 환매 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환매 신청 이후 4일 만에 현금이 입금된다는 점 역시 테티스 11호가 가진 특이한 부분이다. 다른 상품들은 환매 신청 이후 24일 이후에나 현금이 입금됐다.
테티스 11호는 환매수수료와 성과보수율도 0%로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이 운용하던 다른 펀드의 경우 이익금 중 최대 70%까지가 판매보수와 성과보수로 공제하기도 했다. 연 수익률이 8%를 넘을 경우 초과 이익 중 50%를 성과보수로 공제하는 조건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테티스 11호는 여러 부분에 걸쳐 파격적인 조건을 담은 펀드 상품이었다. 그런데 이 상품에 가입한 가입자 수는 6명에 불과했다. 극소수 가입자만 펀드에 가입한 셈이다. 테티스 11호를 두고 ‘비공개 특혜 펀드’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던 이유다. 베일에 가려 있던 테티스 11호의 정체는 2020년 11월 빙산의 일각을 드러냈다.
2019년 11월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 신혁재)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테티스 11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장 전 센터장은 수천억 원대 라임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장 전 센터장은 테티스 11호 가입자에 대해 “재벌 3세 최 상무”라고 언급했다. 재벌3세 최 상무의 정체는 고려아연 최민석 전무이사였다. 최 전무는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아들로 김부겸 국무총리 지명자의 딸 지수 씨와 2015년 3월 결혼했다.
장 전 센터장은 테티스 11호 펀드 개설 경위와 관련해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재벌 3세 펀드를 만들려고 하는데 가능하냐’면서 ‘대신 판매 수수료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고 했다. 장 전 센터장은 “고려아연 자금팀장이 최 상무에게 (펀드 가입 관련)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가 없는 자리에서 최 상무에게 테티스 11호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테티스 11호’ 가입자 6명 중 하나로 알려졌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차녀 일가 4명이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 나머지 가입자 1명은 법인으로만 알려졌을 뿐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가운데 테티스 11호 가입자 대부분의 면면이 드러났다. ‘재벌 3세 펀드’ 개설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최민석 고려아연 전무이사를 포함한 가족 4명도 테티스 11호 가입자였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위와 딸, 외손자·외손녀가 모두 테티스 11호에 가입한 것이다.
테티스 11호의 나머지 가입자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이 가입자는 법인으로만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테티스 11호를 둘러싼 논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해당 상품에 가입한 법인의 정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정황으로만 봤을 때 테티스 11호에 가장 큰 규모 자금을 투입한 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법인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법인의 정체가 드러나야 테티스 11호 흑막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4월 18일 테티스 11호의 최초 설정액은 367억 원이었다. 라임 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진 6월 초부터 테티스 11호 가입자들의 환매가 진행됐다. 환매액은 275억 원 규모였다. 그 가운데 최 전무 일가는 1인당 3억 원씩 총 12억 원을 환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9월엔 라임자산운용이 우리은행에 신청한 임시방편 자금대출(브리지론)이 거절당했다. 9월 30일 테티스 11호에서는 나머지 92억 원에 대한 환매 청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금액은 환매되지 못했다. 다른 펀드 상품들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까닭이었다.
금융권 복수 관계자는 테티스 11호의 최초 설정액에 대한 가입자 개개인의 지분율을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봤다. 앞서의 금융권 관계자는 “환매가 이뤄진 금액 275억 원 가운데 12억 원이 최 상무 일가 지분이라면 나머지 263억 원을 환매한 것이 누구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 상무 일가 지분은 전체 펀드 설정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큰 비중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둘이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거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법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당 환매 논란에 휩싸인 돈은 275억 원”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이 환매한 금액이 얼마인지만 안다면, 베일에 가려진 법인이 테티스 11호에서 차지하던 비중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쟁점은 베일에 가려진 법인이 이 전 부사장과 최 전무 가운데 누구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여부”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테티스 11호는 굉장히 독특한 구조로 설계된 펀드다. 먼저 라임자산운용 핵심 경영자인 이종필 전 부사장이 가입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러 방면에 걸쳐 ‘극단적 편파’라고 느껴질 만큼 파격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일반인들에겐 공개조차 되지 않았었다. ‘이종필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 가입을 할 수 있는 펀드인 셈이다. 수익이 날 땐 수익률이 훨씬 높아질 뿐 아니라 손해를 볼 땐 빠르게 도망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특혜 펀드다. 이 정도로 극단적인 특혜를 주는 펀드라면 투자자가 큰 손해를 볼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라임사태 대신증권 피해자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는 장면. 사진=박정훈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은 5월 6일부터 7일까지로 잡혀 있다. 국민의힘은 ‘테티스 11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집중포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당초 5월 3일부터 4일까지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증인·참고인 선정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다.
국민의힘은 ‘테티스 11호’ 논란에 휩싸인 김 후보자 차녀와 그의 남편 최 전무를 증인·참고인 명단에 포함시키는 안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차녀와 사위를 제외하는 안을 제시했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했다.
김 후보자 청문회 증인 명단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등이 포함돼 있다. ‘테티스 11호’ 정체를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이다.
한편 김부겸 후보자는 4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라임 펀드 환매 특혜’와 관련해 “자꾸 저보고 무슨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왜냐하면 제 사위나 딸도 쉽게 이야기하면 손해를 본 상태”라면서 “환매를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지금 (딸 부부가)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 펀드 가입 사실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펀드 할 때 장인하고 상의하나. 말도 안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