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화폐 발행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현행 거래체계와 화폐구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빠르고 편리한 결제로 인해 경제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달러 패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중국 위안화.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법정 통화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한다는 뜻이다. 시중에 실물로 유통되지는 않지만 ‘돈’이나 다름없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는 다르다. 디지털 위안화는 진짜 화폐이고, 그 배경엔 국가 신용이 있다. 암호화폐엔 사기와 온갖 술수가 넘쳐나지만 디지털 위안화엔 그런 게 없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모바일 결제와도 큰 차이가 날 전망이다. 아직 일부 상점과 거래처에선 모바일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되면 그 어떤 곳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상인들은 모바일 결제의 양대 축인 위챗이나 알리페이보다 디지털 위안화가 훨씬 더 편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 위안화 전문팀을 처음 설립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20년 4월 “선전, 신구, 청두, 광둥 등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엔 휴대전화가 아닌 카드식 스크린 지갑을 통한 디지털 위안화 결제 방식을 공개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빠른 속도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사용되는 사례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최근 푸저우에서 열린 ‘디지털 중국 건설 성과 전람회’에선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위안화 지갑 상품이 나왔다. 시계, 팔찌, 지팡이, 경보기, 문고리 등등 인터넷 없이도 ‘터치’가 가능한 곳이라면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60세인 류 씨는 얼마 전 하이난에서 열린 국제의료관광선행구역에 갔다가 디지털 위안화 체험 행사를 경험했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를 지원하는 손목시계를 받았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따로 설치된 기계에 시계를 터치하면 결제 성공이다. 류 씨는 팔목에 부착된 스마트 워치를 가리키며 “놀랍도록 편하다. 새로운 결제 방식이 하루빨리 보편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한 시장은 위챗, 알리페이 등과 별도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기계를 설치했다. 한 상인은 “하루 매출이 자동으로 은행으로 들어온다. 디지털 위안화로 납품업체와 가족에게 이체해주고 실시간으로 입금하지만 수수료가 없다. 매우 실속 있다”고 칭찬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외국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은 화폐를 디지털 위안화 지갑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게 있으면 굳이 환전이 필요 없다. 설령 분실하더라도 데이터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다시 위안화 지갑을 발급받아 쓰면 된다. 분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국내 사용자에게도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화폐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몇 년 안에 디지털 위안화는 알리페이 및 위챗과 함께 사용될 것이고, 중국 전자결제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칭화대 리다오쿠이 교수는 “미래의 GDP(국내총생산) 50%는 디지털 경제가 될 것이다. 2025년엔 이미 60조 위안(1경 300억 원가량)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메이신위는 “디지털 화폐는 거대한 발전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방식과 경제모델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연구원 쑹샹칭 부원장도 “디지털 위안화의 광범위한 보급은 현행 거래체계와 화폐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쑹샹칭은 디지털 위안화가 사람들의 지불습관, 재테크 관념 등을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다. 한 누리꾼은 “미국에 있건 남극에 있건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도에 있어서도 다른 화폐와 비교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디지털 위안화는 달러, 비트코인 등등을 다 제치고 통화 패권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했다.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한 블로거는 “현재 결제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 대신 디지털 위안화를 보급시킨다는 것은 결국 인민의 통제 수단으로 볼 여지가 많다. 민간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국가가 가져오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자금거래는 워낙 투명해서 국가가 관리하기 쉽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이 아닌 터치를 사용하는 디지털 위안화 역시 분실 위험이 큰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중국=배경화 언론인